쓰나미라고 하면 보통 먼바다에서 밀려와 해안을 덮치는 파도를 떠올려요. 그런데 1958년 알래스카의 좁은 만에서는 물이 산을 타고 올라갔어요. 물에 쓸려 나무가 사라진 흔적은 해발 524m, 1,719피트 높이까지 남았어요.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도 높은 곳이에요. 기록에 남은 쓰나미 가운데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리투야만 초대형 쓰나미'예요.
T자 모양의 위험한 만
리투야만은 알래스카 남동부 해안의 피오르예요. 길이는 자료에 따라 11~14.5km, 폭은 약 3km이고 가장 깊은 곳은 220m인데 입구 쪽은 깊이가 10m밖에 안 돼요. 입구 폭은 약 500m로 좁고 조류가 시속 9.4km까지 빨라져 배가 드나들기 위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만의 안쪽 끝은 길버트 만입부와 크리용 만입부로 갈라져 T자 모양을 이루는데, 이 두 갈래는 페어웨더 단층이 만든 골짜기의 일부예요.
이 만의 위험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어요. 1786년 프랑스 탐험가 라페루즈가 이곳을 찾았는데, 26일 동안 만을 탐사하는 사이 대원 21명이 조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어요. 그는 만 한가운데 섬에 이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고 '빈 무덤'이라는 뜻의 세노타프섬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 지역에 살던 틀링깃족에게는 만 입구에 사는 존재가 들어오는 사람을 곰으로 만들고, 물을 흔들어 위험한 파도를 일으킨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리투야만에서 높이 30m가 넘는 쓰나미는 1854년(120m), 1899년(60m), 1936년(150m), 그리고 1958년(520m)까지 네 번 기록됐어요. 초기 탐험가들도 해안을 따라 나무가 모두 사라진 띠를 보았다고 남겼어요.
밤 10시 15분의 규모 7.8 지진
1958년 7월 9일 태평양 표준시 밤 10시 15분 58초, 페어웨더 단층에서 지진이 일어났어요. 규모는 자료에 따라 7.8에서 8.3이고, 메르칼리 진도로는 최고 단계에 가까운 XI(극심)였어요. 진앙은 리투야만에서 남동쪽으로 약 21km 떨어진 곳이었어요. 1899년 케이프 야카타가 지진 이후 50년 넘게 이 지역에서 가장 강한 지진이었고, 흔들림은 약 100만㎢에 걸쳐 남쪽으로는 미국 시애틀, 동쪽으로는 캐나다 화이트호스까지 느껴졌어요.
알래스카의 여름이라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밝았어요. 날씨는 맑았고 물은 빠지는 중이었어요. 그 시각 만 입구 근처에는 어선 세 척이 닻을 내리고 있었어요.
길버트 만입부로 쏟아진 9천만 톤의 바위
지진은 만 안쪽 끝 길버트 만입부의 가파른 비탈을 무너뜨렸어요. 바위 약 3천만㎥, 무게로 약 9천만 톤이 수백 m 높이에서 바다로 떨어졌어요. 떨어지는 소리는 80km 떨어진 곳에서도 들렸어요. 물이 순식간에 밀려나며 솟구쳤고, 그 힘은 바로 맞은편 산비탈을 따라 해발 524m까지 숲을 쓸어 버렸어요. 리투야 빙하 앞면도 최대 400m가량 깎여 나갔어요.

파도는 만 전체를 휩쓸었어요. 만의 테두리를 따라 최고 213m 높이까지 나무가 쓰러지고 쓸려 나갔고, 그 피해선은 지금도 우주에서 보일 만큼 뚜렷해요. 만 남북 끝자락 일부를 빼면 만조선 근처에 서 있는 나무가 거의 남지 않았어요. 1:675 축척으로 이 사건을 재현한 실험에서는 물마루 높이가 약 150m였던 것으로 나왔어요.
| 항목 | 기록 |
|---|---|
| 지진 발생 | 1958년 7월 9일 밤 10시 15분 58초(태평양 표준시) |
| 지진 규모 | 7.8~8.3, 메르칼리 진도 XI |
| 무너진 바위 | 약 3천만㎥, 약 9천만 톤 |
| 최대 처오름 높이 | 524m(1,719피트) |
| 만 테두리 피해선 | 최고 213m |
| 추정 파도 속도 | 시속 약 190km(시속 120마일) |
| 사망자 | 5명(그중 만 안의 어선에서 2명) |
만 안에 있던 어선 세 척
만 입구 근처에 있던 세 척의 운명은 서로 갈렸어요. 만을 빠져나가려던 선모어호는 파도와 잔해에 휩쓸려 가라앉았고, 타고 있던 와그너 부부가 숨졌어요. 배저호는 파도에 실려 만 입구의 라 쇼세 모래톱을 넘어 바깥 바다까지 떠밀려 갔어요. 떠다니던 통나무에 부딪혀 가라앉았지만, 타고 있던 스완슨 부부는 다친 몸으로 작은 보트에 옮겨 타 결국 구조됐어요.
세 번째 배 에드리호에는 하워드 울리히와 일곱 살 아들이 타고 있었어요. 하워드는 배를 파도 쪽으로 돌렸고, 파도는 배를 들어 올려 닻줄을 끊고 나무 위로 실어 갔다가 다시 만 안쪽으로 내려놓았어요. 배는 큰 손상 없이 살아남았고 두 사람도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하워드는 큰 파도가 지나간 뒤에도 6m 높이의 뒤따르는 파도들을 헤치고 나서야 만을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만 바깥의 피해도 있었어요. 진앙 근처의 유일한 상설 마을이던 야쿠타트에서는 다리와 부두, 송유관이 부서졌고 오두막 한 채가 고칠 수 없을 만큼 망가졌어요. 알래스카 통신망을 잇던 해저 케이블도 끊어졌어요. 사망자는 모두 5명이었고, 그 가운데 2명이 만 안에서 파도에 숨진 선모어호의 부부예요.
"빙하가 공중으로 솟았어요" 두 목격자의 증언
빌 스완슨은 첫 진동에 침대에서 굴러떨어졌어요. 그는 만 안쪽에서 산이 심하게 흔들리고 바위와 눈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았는데,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리투야 빙하였다고 했어요. 평소 그 자리에서는 곶에 가려 보이지 않는 빙하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앞으로 나온 것처럼 보였고, 미친 듯이 흔들리며 큰 얼음덩이를 쏟아 냈다고요. 그 뒤 빙하가 다시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거대한 물의 벽이 곶을 넘어 그들 쪽으로 달려왔다고 증언했어요.
하워드 울리히는 파도가 지진이 끝나기 직전 길버트 만입부에서 시작됐다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파도라기보다 폭발 같았다고 했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어요. 파도가 1,800피트를 올라간 게 아니라, 물이 그곳까지 튀어 오른 것이라고요. 그는 파도를 본 지 2~3분 만에 그것이 배에 닿았다고 기억했어요.

바위 한 덩어리였을까, 두 번의 산사태였을까
이렇게 높은 파도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지금도 학계에서 논쟁 중이에요. 처음에는 빙하 아래 호수의 물이 빠져나와 파도를 만들었다는 가능성도 검토됐어요. 지진 뒤 빙하 굽이 근처의 빙하 밑 호수 수위가 30m 낮아진 것이 관찰됐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빠져나간 물의 양과 속도로는 이런 파도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 났어요.
1999년 쓰나미 학회에서 발표된 분석은 바위가 '거의 한 덩어리처럼' 수직에 가까운 비탈을 떨어져 바다에 부딪혔다고 봤어요. 높은 각도로 떨어지는 소행성 충돌과 비슷한 충격이 만 바닥 퇴적층에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었고, 밀려난 물과 공기 방울, 튀어 오른 물이 맞은편 비탈 524m까지 닿았다는 설명이에요.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수치 모델도 이 설명으로 관측된 처오름을 재현했어요.
2010년의 분석은 다른 그림을 내놓았어요. 만 바닥에 새로 쌓인 퇴적물이 무너진 바위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에요. 이 연구는 떨어진 바위가 리투야 빙하 끝을 깨뜨리면서, 빙하 아래 갇혀 있다가 지진으로 느슨해진 퇴적물이 곧바로 두 번째 산사태로 쏟아졌다고 봤어요. 두 번째 산사태의 양은 처음 바위의 5~10배로 추정했어요. 이른바 '이중 산사태' 설명이에요.

처음으로 기록된 초대형 쓰나미
리투야만에서는 그전에도 거대한 파도가 있었지만, 충분한 자료와 목격자 증언이 남은 것은 1958년이 처음이었어요. 이 사건은 초대형 쓰나미, 즉 메가쓰나미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첫 직접 증거로 꼽혀요. 그 뒤 학계는 산사태와 낙석, 충돌 같은 사건도 매우 큰 파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다루게 됐어요. 지질학자 돈 밀러는 지진 12시간 뒤 비행기를 타고 만 위를 날았어요.
파도는 넓은 바다로 나가자 빠르게 힘을 잃었어요. 거센 조류를 만드는 리투야만의 바로 그 지형이 기록적인 처오름도 만들어 낸 거예요. 알래스카 주 재난 당국은 지금도 이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을 감시하고 있어요.

숫자로 다시 보는 리투야만
524m를 피트로 바꾸면 524÷0.3048로 약 1,719피트예요. 무너진 바위 9천만 톤을 3천만㎥로 나누면 1㎥에 약 3톤이에요. 물(1㎥에 약 1톤)보다 세 배쯤 무거운 덩어리가 한꺼번에 떨어진 셈이에요.
스완슨의 증언을 바탕으로 추정한 파도 속도 시속 120마일은 약 193km예요. 초속으로는 약 53m예요. 이 속도라면 파도가 시작된 곳에서 11.3km 떨어진 하버 포인트까지 약 3분 반이 걸려요. 울리히가 파도를 보고 2~3분 만에 배에 닿았다고 한 증언과 대략 비슷한 시간이에요. 1854년부터 1958년까지 104년 동안 30m 넘는 쓰나미가 네 번 기록됐으니, 단순 평균으로 치면 약 26년에 한 번꼴로 큰 파도가 이 만을 덮친 셈이에요.

바닷가나 만에 있을 때 강한 지진을 느끼면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높은 곳으로 대피하세요. 첫 파도가 지나가도 더 큰 파도가 뒤따를 수 있으니 공식 해제 안내가 나올 때까지 돌아가지 마세요.
참고 자료
- Wikipedia, 1958 Lituya Bay earthquake and megatsunami
- Wikipedia, Lituya Bay
- 사진: Evidence of 1958 Lituya Bay tsunami still clearly visible in 2010
- 사진: Lituya-Bay-overview-with-arrows
- 사진: Lituya Bay damage detail
- 사진: Lituya Bay trimline
- 사진: Lituya Bay Megatsunami
- 사진: Lituya Bay, Alaska
- 사진: Lituyabay Earth Observatory image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