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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이야기

숲 2,150㎢가 한순간에 쓰러졌는데 운석 구덩이는 없었다: 1908년 퉁구스카 대폭발의 기록과 오해

1908년 6월 30일 아침 시베리아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폭발이 일어나 숲 2,150㎢가 나비 모양으로 쓰러졌어요. 목격자 증언, 19년 뒤에야 현장에 닿은 조사대, 구덩이가 없는 이유, '나무 8천만 그루'와 테슬라 살인 광선 같은 잘못 알려진 이야기까지 기록으로 확인해 봐요.

1929년 쿨리크 조사대가 찍은, 퉁구스카 폭발로 쓰러지고 불탄 시베리아의 나무들
1929년 5월 레오니드 쿨리크 조사대가 찍은 사진. 폭발로 쓰러지고 불탄 나무들이 보여요. · Leonid Kulik 조사대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1908년 6월 30일 아침 7시 14분쯤, 러시아 제국 중부 시베리아의 포드카멘나야 퉁구스카강 근처 하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어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타이가 숲 한가운데였어요. 숲 2,150㎢가 한순간에 쓰러졌고, 그 뒤 며칠 동안 유럽에서는 한밤중에도 신문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밤하늘이 밝았어요. 그런데 19년 뒤 현장에 도착한 조사대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운석 구덩이를 찾지 못했어요. 지금 '퉁구스카 대폭발'이라고 부르는 사건이에요.

태양보다 밝은 불덩이가 하늘을 갈랐어요

그날 아침 하늘은 완전히 맑았어요. 여러 목격자는 태양보다 밝고 커 보이는 불덩이가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하늘을 가로질렀다고 증언했어요. 불덩이는 최소 1,000km를 날아가며 가느다란 흰 꼬리를 남겼고, 반경 600~1,500km 안의 중부 시베리아 곳곳에서 보였어요.

현지 시각 7시 14분쯤, 세계 표준시로는 0시 14분쯤 귀가 먹먹할 만큼 강한 폭발음이 숲에 울렸어요. 붉은빛이 번쩍였고 불기둥과 연기 구름이 수십 km 높이로 솟았어요. 일부 목격자는 그 빛을 '반짝이는 빗자루' 같았다고 표현했어요. 러시아는 당시 율리우스력을 썼기 때문에 러시아 기록에는 이날이 6월 17일로 남아 있어요.

1931년 잡지 '세계 일주'에 실린 퉁구스카 일대의 늪지대 사진
현상이 떨어진 지역 주변의 퉁구스카 늪지대. 1931년 잡지 '세계 일주(Вокруг света)'에 실린 사진으로, 원본은 1927~1930년에 찍은 것으로 보여요. · 작자 미상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나비 모양으로 쓰러진 숲

폭발은 '남쪽 늪' 바로 위에서 일어났어요. 충격파는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2,150㎢가 넘는 넓이에 걸쳐 쓰러뜨렸고, 에벤크족이 기르던 순록과 개도 많이 죽었어요. 나무들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방사형으로 쓰러졌는데, 1960년대 조사로 그 모양이 날개 폭 70km, 몸통 길이 55km인 거대한 나비를 닮았다는 것이 확인됐어요.

가장 이상한 곳은 한가운데였어요. 폭발 바로 아래의 나무들은 가지만 떨어져 나간 채 그대로 서 있었어요. 나무가 쓰러진 이런 방사형 무늬는 폭발이 땅이 아니라 공중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서가 됐어요. 열기는 중심에서 약 80km 떨어진 곳까지 느껴졌고, 여기저기 산불이 났어요. 충격파는 800km 넘게 떨어진 곳에서도 감지됐고, 약 200km 반경 안에서는 유리창이 깨지고 사람들이 땅에 쓰러졌어요.

항목기록
날짜와 시각1908년 6월 30일(율리우스력 6월 17일) 오전 7시 14분쯤
쓰러진 숲 넓이약 2,150㎢
피해 지역 모양날개 폭 70km, 몸통 55km의 나비 모양
유리창 파손 범위반경 약 200km
지진 규모 환산약 5
확인된 사망자최소 3명
추정 에너지흔히 TNT 10~15메가톤(연구에 따라 3~30메가톤)
추정 크기지름 50~60m(모델에 따라 50~80m)

"하늘이 둘로 갈라졌어요" 목격자들의 증언

1908년부터 1970년대까지 700건이 넘는 목격담이 모였어요. 가장 유명한 것은 폭발 중심에서 남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바나바라 교역소의 농부 세묜 세묘노프가 1930년에 쓴 편지예요. 그는 아침 식사 무렵 현관에 앉아 북쪽을 보고 있었는데, 하늘이 둘로 갈라지며 북쪽 하늘 전체가 불에 덮인 것처럼 보였다고 했어요. 셔츠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고, 곧 하늘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에서 약 6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고 해요. 나중에 보니 유리창이 여러 장 깨져 있었어요.

나무가 쓰러진 구역 한가운데에 있던 에벤크족 추찬의 증언은 더 생생해요. 천막에서 자다가 무언가에 떠밀려 깼고, 휘파람 같은 소리와 강한 바람이 지나간 뒤 천막이 무너졌다고 했어요. 그는 쓰러지는 나무와 불타는 이끼를 보았고, 맑은 아침 하늘에 '두 번째 태양'이 나타났다고 말했어요. 그가 센 굉음은 다섯 번이었어요.

확인된 사망자는 에벤크족 세 명이에요. 이반 마차쿠기르는 충격파에 약 40m를 날아가 나무에 부딪혀 팔에 개방 골절을 입었고, 이 상처가 감염돼 숨졌어요. 루르부만은 폭발의 충격과 극심한 공포로 그 자리에서 숨졌고, 샤먼 우이반은 중심에서 더 먼 곳에서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숨졌는데 폭발로 번진 산불의 희생자였을 가능성이 커요. 당시 에벤크족은 사람이 죽은 곳에 묻고 그곳에 다시 가지 않는 풍습이 있었고, 많은 사람이 이 사건을 입에 올리기 꺼렸어요. 그래서 부상과 피해에 대한 기록이 드물어요.

한밤중에 신문을 읽은 유럽

폭발은 세계 곳곳의 기계에도 흔적을 남겼어요. 러시아 제국의 이르쿠츠크, 타슈켄트, 티플리스와 독일 예나의 지진계가 진동을 기록했어요. 리히터 규모는 1935년에야 제안됐기 때문에, 이 진동이 규모 5 정도에 해당한다는 계산은 20세기 후반에 나왔어요. 대기의 압력 변화는 베를린, 런던, 자그레브는 물론 바타비아(지금의 인도네시아)와 미국 워싱턴의 기압계에도 찍혔어요. 다만 이 기록들이 퉁구스카와 연결된 것은 1920~1930년대의 일이에요.

6월 30일 저녁부터는 서유라시아의 1,000만~1,200만㎢에 걸쳐 밤하늘이 이상하게 밝았어요. 조명 없이 자정 무렵 신문을 읽거나 기념물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남쪽으로는 프랑스 보르도, 북쪽으로는 스코틀랜드 애버딘과 스웨덴 스톡홀름까지 이런 밤이 관측됐고, 영국의 천문학자 중에는 하늘이 너무 밝아 관측을 포기한 사람도 있었어요. 밝은 밤은 2~3일 뒤 잦아들었지만 하늘의 빛무리는 열흘쯤 더 이어졌어요.

19년 만에 현장에 닿은 쿨리크

외딴 지역인 데다 1910년대 러시아가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 과학 조사는 한참 늦어졌어요. 1921년 광물학자 레오니드 쿨리크가 첫 조사를 이끌었지만 폭발 중심에는 가지 못했어요.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다고 확신했고, 운석 속 철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소련 정부를 설득해 지원을 받아 냈어요.

퉁구스카 폭발을 조사한 러시아 광물학자 레오니드 쿨리크의 초상 사진
퉁구스카 현장을 처음 조사한 광물학자 레오니드 쿨리크. · Евгений Леонидович Кринов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1927년 쿨리크는 에벤크족 사냥꾼의 안내를 받아 마침내 폭발 중심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구덩이가 없었어요. 대신 지름 약 8km 구역의 나무들이 불에 그을리고 가지가 없는 채로 서 있었고, 그 바깥의 나무들은 중심 반대쪽으로 쓰러져 있었어요. 쿨리크는 그 뒤 10년 동안 세 번 더 조사대를 꾸렸어요. 운석 구덩이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작은 늪 가운데 지름 32m짜리 '수슬로프 구덩이'의 물을 힘들게 빼 보았는데, 바닥에서 오래된 나무 그루터기가 나왔어요. 구덩이가 아니라는 증거였어요.

1938년에는 중심부 250㎢를 항공 촬영했어요. 18×18cm 크기의 원판 음화 1,500장이 만들어졌지만, 1975년 불이 잘 붙는 질산 필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소련 과학아카데미 운석위원회의 지시로 모두 불태워졌어요. 다행히 인화한 사진은 톰스크에 남았어요.

구덩이가 없는 이유: 하늘에서 터진 폭발

1950~1960년대 조사대는 흙 속에서 아주 작은 규산염 알갱이와 자철석 알갱이를 찾아냈어요. 이 알갱이에는 운석처럼 철에 비해 니켈이 많이 들어 있었고, 나중에는 나무 송진 속에서도 발견됐어요. 늪 속 1908년 층의 탄소·수소·질소 동위원소 비율도 앞뒤 층과 달랐어요. 지금까지 이 사건을 다룬 논문은 약 1,000편으로 추정되고, 대부분 러시아어예요.

과학계의 합의는 '공중 폭발'이에요. 지름 50~60m쯤 되는 천체가 빠른 속도로 남동쪽에서 날아와 고도 5~10km에서 터졌다는 설명이 가장 유력해요.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운석의 관측 자료가 이 모델을 보강했어요. 이 자료로 5,000만 가지가 넘는 조합을 계산한 연구는 지름 50~80m의 돌로 된 천체가 시속 약 55,000km로 들어와 고도 10~14km에서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다만 그것이 소행성인지 혜성인지는 아직 논쟁 중이에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443m, 에펠탑 324m와 첼랴빈스크 운석체 20m, 퉁구스카 운석체 약 65m의 크기를 비교한 그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에펠탑과 비교한 첼랴빈스크 운석체(CM, 20m)와 퉁구스카 운석체(TM, 약 65m 추정)의 크기. · Phoenix CZE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중심에서 약 8km 떨어진 체코 호수가 떨어져 나온 파편이 만든 구덩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2007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연구진은 호수 바닥의 원뿔 모양과 퇴적층을 근거로 이 호수가 1908년에 생겼다고 봤어요. 하지만 2017년 러시아 연구진은 퇴적층을 다시 분석해 호수가 최소 280년은 됐다고 반박했어요. 이 크기의 돌덩이가 대기를 통과하고도 구덩이를 팔 만큼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요.

2024년 위성 자료로 만든 퉁구스카 일대 지도. 폭발 중심과 가능한 비행 경로, 체코 호수가 표시돼 있다
2024년 랜드샛 위성 자료로 만든 퉁구스카 일대. 1908년 폭발 중심과 가능한 비행 경로, 체코 호수가 표시돼 있어요. · NASA Earth Observatory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잘못 퍼진 이야기들: 8천만 그루와 테슬라

퉁구스카 이야기에는 '나무 약 8천만 그루가 쓰러졌다'는 숫자가 자주 나와요. 이 숫자의 뿌리는 1933년 아스타포비치의 계산이에요. 그는 피해 넓이를 약 8,000㎢로 가정하고 쓰러진 나무를 8×10⁷그루로 어림했어요. 이 예비 계산이 사실처럼 인용되다가 1982년 젊은 지구 창조론을 내세우는 단체의 동료 심사 없는 논문을 거쳐 널리 퍼졌어요. 2006년 BBC 다큐멘터리 영국판에는 '1,800만 그루 넘게'라고 나왔는데 오타로 보이는 이 숫자가 오히려 실제에 더 가까웠다고 해요. 처음 추정이 피해를 약 네 배 부풀렸기 때문이에요.

쓰러진 나무의 굵기도 부풀려졌어요. 쿨리크는 1927년 가장 굵은 나무의 지름을 44~88cm로 어림했지만, 1950년대 조사에서는 그 범위의 아래쪽이었고 1983년 연구는 최대 30cm로 정리했어요. 인터넷에 '퉁구스카 숲 구덩이'로 떠도는 둥근 숲속 공터 사진도 공중 폭발이라는 합의와 맞지 않아요.

니콜라 테슬라가 '살인 광선'을 시험하다 퉁구스카를 날려 버렸다는 도시 전설도 있어요. 기록을 보면 이 이야기는 1994년에 나온 소설풍 테슬라 전기에서 만들어졌어요. 테슬라는 자금이 모자라 워든클리프 탑을 끝내 완성하지 못했고, 1908년 무렵 그의 글에는 살인 광선 이야기가 없어요. 미국 언론에 퉁구스카 이야기가 처음 실린 것도 1928년이에요.

1904년에 촬영된 미국 뉴욕의 워든클리프 탑
1904년의 워든클리프 탑. 살인 광선 전설의 무대가 됐지만 끝내 완성되지 못했어요. · 작자 미상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사라진 거위와 소행성의 날

2019년 벨기에의 조류학자 자크 반 임페는 퉁구스카 폭발이 수시킨기러기의 멸종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내놓았어요. 이 새는 20세기 초 헝가리 호르토바지 국립공원에서 1908~1911년 사이 최대 15만 마리가 겨울을 났을 만큼 많았지만 빠르게 줄어 1934년 부다페스트 동물원의 개체를 마지막으로 사라졌어요. 반 임페는 이 새의 번식지가 당시 조사되지 않았던 퉁구스카 일대였고 폭발과 화재가 번식 집단을 무너뜨렸다고 봤어요. 아직 한 연구자의 가설이에요.

프레더릭 윌리엄 프로호크가 그린 수시킨기러기 그림
프레더릭 윌리엄 프로호크가 그린 수시킨기러기(Anser neglectus). · Frederick William Frohawk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퉁구스카는 지구에 가까이 오는 천체의 위험을 따질 때 가장 먼저 꺼내는 기준이 됐어요. 2016년 국제연합은 폭발이 일어난 6월 30일을 '세계 소행성의 날'로 정해 소행성과 행성 방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어요. 폭발 현장은 지금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요.

숫자로 다시 보는 퉁구스카

시속 55,000km를 초속으로 바꾸면 약 15.3km예요. 1초에 15km 남짓 나아가는 속도예요. 1메가톤은 TNT 100만 톤이고 약 4.184페타줄이라서, 3~30메가톤은 약 13~126페타줄이에요. 1917년 핼리팩스 대폭발이 TNT 약 2.9킬로톤이었으니 퉁구스카를 10~15메가톤으로 잡으면 약 3,400~5,200배 큰 폭발이에요.

날개 70km, 몸통 55km라는 나비 모양을 직사각형으로 감싸면 3,850㎢예요. 실제 피해 넓이 2,150㎢는 그 직사각형의 약 56%를 채우는 셈이에요. '8천만 그루' 계산은 8,000㎢에 나무 8천만 그루를 가정했으니 1㎢에 1만 그루, 1헥타르에 100그루꼴이에요. 그 숫자가 약 네 배 부풀려졌다면 실제는 2천만 그루 정도가 돼요. 마지막으로 날짜를 보면, 율리우스력 6월 17일과 그레고리력 6월 30일은 13일 차이가 나요. 같은 사건이 자료마다 날짜가 다르게 적힌 이유예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