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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토마토 익혀 먹으면 라이코펜 흡수율이 오르는 이유, 토마토소스를 오래 끓이면 진해지는 과학

토마토는 생으로보다 올리브유에 익혀 먹는 게 라이코펜 흡수에 유리해요. 열이 세포벽을 무너뜨려 라이코펜을 풀어내는 원리, 트랜스→시스 이성질체 변화, 기름의 역할, 오래 끓인 소스가 붉고 진해지는 이유와 비타민 C 손실까지 연구 결과와 함께 정리했어요.

사과와 쌀, 달걀이 놓인 주방

토마토는 생으로 먹어야 영양이 살아 있을 것 같지만, 영양학자들은 종종 토마토만큼은 익혀 먹으라고 권해요. 토마토의 대표 성분인 라이코펜이 열과 기름을 만나야 몸에 더 잘 흡수되기 때문이에요. 이탈리아 할머니들이 토마토소스를 몇 시간씩 뭉근하게 끓이는 전통에도 과학이 숨어 있는 셈이죠. 소스를 오래 끓일수록 색이 짙은 붉은빛으로 진해지고 맛도 깊어지는데, 그 사이 토마토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오늘은 토마토 세포 속에 갇혀 있던 라이코펜이 풀려나는 과정과, 맛있고 영양 가득한 토마토소스를 만드는 요령을 알려 드릴게요.

라이코펜은 세포 속 결정으로 갇혀 있어요

토마토의 빨간색은 라이코펜이라는 카로티노이드 색소에서 나와요. 당근의 베타카로틴과 같은 가족이지만, 라이코펜은 비타민 A로 바뀌지 않는 대신 강한 항산화 능력으로 많은 연구의 대상이 돼 왔어요. 흥미로운 건 라이코펜이 토마토 세포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이에요. 토마토가 익으면서 세포 속 색소체(엽록체가 변한 유색체)에 라이코펜이 쌓이는데, 양이 많아지면 바늘이나 판 모양의 결정으로 뭉쳐 있어요. 이 결정은 단백질 막과 튼튼한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생토마토를 씹어 먹어도 상당 부분이 세포 안에 갇힌 채 소화관을 지나가 버려요.

게다가 라이코펜은 물에 전혀 녹지 않고 기름에만 녹는 지용성 물질이에요. 우리 장에서 지용성 성분이 흡수되려면 담즙과 지방이 만든 작은 기름 입자, 즉 미셀 속으로 녹아 들어가야 해요. 기름기 없이 생토마토만 먹으면 설령 세포 밖으로 나온 라이코펜이 있더라도 녹아들 기름이 부족해 흡수가 잘 안 돼요. 결국 생토마토의 라이코펜은 세포벽과 결정이라는 이중 잠금장치, 그리고 기름 부족이라는 세 가지 장벽에 막혀 있는 셈이에요.

열이 세포벽을 무너뜨려 라이코펜을 풀어내요

토마토를 가열하면 첫 번째 장벽이 무너져요. 열은 세포벽을 붙잡고 있는 펙틴을 분해하고 세포막을 파괴해서, 세포 속 내용물이 밖으로 흘러나오게 해요. 토마토를 끓이면 형태가 뭉개지면서 걸쭉한 소스가 되는 게 바로 이 과정이에요. 그 결과 세포 속에 갇혀 있던 라이코펜 결정이 소스 전체로 풀려나와, 우리 몸의 소화 효소와 담즙이 접근하기 쉬운 상태가 돼요.

이 효과를 보여 준 대표적인 연구가 2002년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진의 실험이에요. 연구진은 토마토를 88°C에서 2분, 15분, 30분 동안 가열하며 성분 변화를 측정했는데, 가열 시간이 길어질수록 추출 가능한 트랜스 라이코펜 양이 늘어나 30분 가열 시 생토마토보다 크게 증가했어요. 전체 항산화 활성도 함께 높아졌고요. 반면 열에 약한 비타민 C는 가열 시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들었어요. 즉 토마토를 익히면 라이코펜은 더 꺼내 쓰기 좋아지고, 비타민 C는 일부 잃는다는 교환 관계가 있는 거예요.

트랜스에서 시스로, 모양이 바뀌면 흡수가 쉬워져요

열이 하는 일은 또 있어요. 생토마토의 라이코펜은 대부분 분자가 길고 곧게 뻗은 올-트랜스 형태예요. 곧은 막대 모양이라 서로 차곡차곡 쌓여 결정을 만들기 쉽고, 그만큼 잘 녹지 않아요. 그런데 기름과 함께 가열하면 일부가 분자 중간이 구부러진 시스 형태로 바뀌어요. 구부러진 분자는 결정을 덜 만들고 기름과 미셀에 더 잘 녹아서, 장에서 흡수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흥미롭게도 사람 혈액과 조직 속 라이코펜은 시스 형태의 비율이 높은데, 이 역시 시스 형태가 몸에 잘 들어온다는 간접 증거로 여겨져요.

2007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은 사람을 대상으로 이를 직접 확인했어요. 가열로 시스 이성질체가 풍부해진 토마토소스와 대부분 트랜스 형태인 토마토소스를 먹게 한 뒤 혈중 라이코펜을 비교했더니, 시스가 풍부한 소스를 먹었을 때 라이코펜 흡수가 더 많았어요. 가열과 기름이 함께할 때 토마토 라이코펜의 흡수가 좋아진다는 걸 사람 연구로 보여 준 결과예요.

기름은 라이코펜의 버스예요

라이코펜이 지용성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기름의 중요성이 분명해져요. 올리브유 같은 기름과 함께 토마토를 조리하면 풀려난 라이코펜이 기름 속으로 녹아 들어가요. 토마토소스 위에 붉은 기름이 동동 뜨는 걸 본 적 있으시죠? 그 붉은색이 바로 기름에 녹아든 라이코펜이에요. 이렇게 기름에 녹은 라이코펜은 장에서 미셀로 옮겨 가기 쉬워 흡수율이 높아져요. 여러 연구에서 토마토를 기름과 함께 먹었을 때 기름 없이 먹었을 때보다 혈중 라이코펜 증가가 컸다는 결과가 보고됐어요.

그렇다고 기름을 많이 넣을수록 좋은 건 아니에요. 흡수를 돕는 데는 한 끼에 약간의 지방이면 충분하다는 연구가 많아요. 토마토소스를 만들 때 올리브유 한두 큰술, 또는 토마토 샐러드에 올리브유 드레싱을 약간 곁들이는 정도로도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치즈나 고기처럼 지방이 있는 재료와 함께 먹어도 같은 역할을 해요. 라자냐나 피자의 토마토소스가 라이코펜 흡수 측면에서 꽤 괜찮은 조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예요.

먹는 방식라이코펜 흡수(경향)비타민 C메모
생토마토만낮음가장 많이 보존샐러드, 간식
생토마토 + 올리브유중간많이 보존카프레제, 드레싱
짧게 익힌 토마토 + 기름높아짐일부 감소토마토 달걀볶음
오래 끓인 토마토소스 + 기름높음많이 감소파스타 소스, 스튜
토마토 페이스트·퓨레높음(농축)감소소량으로도 라이코펜이 많음

오래 끓일수록 붉고 진해지는 이유

토마토소스를 약불에 오래 끓이면 색이 점점 진한 벽돌색, 짙은 붉은색으로 변해요. 몇 가지 이유가 겹쳐 있어요. 첫째는 농축이에요. 토마토는 90% 이상이 물이라, 끓이는 동안 수분이 증발하면 라이코펜을 포함한 색소와 맛 성분의 농도가 높아져요. 부피가 절반으로 줄면 같은 숟가락에 담긴 라이코펜은 두 배가 되는 셈이죠. 둘째는 세포에서 풀려난 라이코펜이 소스 전체와 기름에 고르게 퍼지면서, 생토마토의 반투명한 붉은색보다 불투명하고 짙은 붉은색으로 보이는 거예요.

셋째는 갈변 반응이에요. 토마토에는 당과 아미노산, 특히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이 풍부해서, 오래 끓이면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가 조금씩 일어나 갈색 성분과 깊은 향이 생겨요. 이 갈색이 붉은색과 섞이면서 더 깊고 진한 색이 되고, 맛도 새콤한 생토마토 맛에서 달콤하고 구수한 감칠맛으로 바뀌어요. 다만 너무 센 불에 오래 두어 바닥이 눌어붙으면 쓴맛과 탄 맛이 나고, 라이코펜 자체도 산소와 열에 오래 노출되면 서서히 분해될 수 있어요. 뭉근한 약불과 가끔 저어 주는 정성이 필요한 이유예요.

맛있고 영양 좋은 토마토소스 만드는 법

  1. 잘 익은 토마토나 홀토마토 통조림을 준비해요. 통조림은 제조 과정에서 이미 가열되어 라이코펜이 풀려나 있어요.
  2. 팬에 올리브유 2~3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양파를 약불에서 볶아 향을 내요.
  3. 토마토를 넣고 으깨며 센 불에서 한 번 끓인 뒤, 약불로 줄여 뚜껑을 반쯤 열고 30분~1시간 뭉근하게 끓여요.
  4. 바닥이 눌어붙지 않게 가끔 저어 주고, 너무 되직해지면 물이나 면수를 조금 넣어요.
  5.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하고, 생바질과 올리브유를 조금 더해 향을 살려요.

신맛이 너무 강하다면 설탕을 아주 조금 넣거나, 양파와 당근을 충분히 볶아 단맛을 더하는 방법이 좋아요. 베이킹소다로 산을 중화하는 방법도 쓰이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밋밋해지고 색이 변할 수 있어요. 토마토 페이스트를 한 숟가락 넣고 기름에 먼저 볶아 주면 짧은 시간에도 깊은 색과 감칠맛을 낼 수 있어요. 페이스트는 이미 농축·가열된 토마토라 라이코펜도 풍부해요.

토마토 종류와 숙성도에 따라 라이코펜 양이 달라요

모든 토마토가 같은 양의 라이코펜을 가진 건 아니에요. 라이코펜은 토마토가 초록색에서 빨갛게 익어 가는 동안 쌓이기 때문에, 덜 익은 토마토보다 완전히 빨갛게 익은 토마토에 훨씬 많아요. 품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커서, 붉은색이 진한 방울토마토나 가공용 토마토는 일반적으로 라이코펜이 풍부하고, 노란 토마토나 주황색 토마토는 라이코펜 대신 다른 카로티노이드가 많아요. 흥미롭게도 주황색 탠저린 토마토는 처음부터 시스 형태의 라이코펜이 많아 흡수가 잘된다는 연구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푸른빛이 도는 찰토마토는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토마토는 실온에 며칠 두어 빨갛게 후숙시키면 라이코펜이 더 쌓이고 단맛과 향도 좋아져요. 반대로 너무 일찍 냉장고에 넣으면 익는 과정이 멈춰 버려요. 소스를 만들 때는 잘 익은 완숙 토마토나, 완숙 상태에서 가공한 홀토마토 통조림을 쓰면 색과 맛, 라이코펜 모두에서 유리해요. 제철이 아닌 겨울에는 오히려 통조림 토마토가 생토마토보다 더 좋은 선택일 때가 많아요.

생토마토도 여전히 좋은 이유

그렇다고 생토마토를 멀리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생토마토에는 가열하면 줄어드는 비타민 C와 일부 열에 약한 성분이 더 많이 남아 있고, 수분과 식이섬유, 상큼한 맛은 그 자체로 훌륭해요. 영양 측면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두 가지를 번갈아 즐기는 거예요. 샐러드로 생토마토를, 파스타나 스튜로 익힌 토마토를 먹으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요. 방울토마토를 올리브유에 살짝 구우면 두 장점을 적당히 섞은 간식이 돼요.

라이코펜의 건강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와 신중함을 함께 가져야 해요. 관찰 연구에서는 토마토 제품을 많이 먹는 사람들의 전립선암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았다는 결과가 여럿 있지만, 라이코펜 보충제를 먹는 무작위 연구에서는 효과가 일관되게 확인되지 않았어요.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말고도 칼륨, 식이섬유, 다양한 폴리페놀이 있으니, 특정 성분 하나보다는 토마토라는 음식 전체를 식단에 꾸준히 포함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에요.

자주 묻는 질문

Q. 케첩도 라이코펜이 많나요? A. 케첩은 농축·가열된 토마토 제품이라 라이코펜이 꽤 들어 있지만, 설탕과 나트륨도 많아서 건강 식품으로 보기는 어려워요. Q. 전자레인지로 익혀도 효과가 있나요? A. 네, 세포벽이 무너지는 원리는 같아요. 기름을 약간 곁들이면 더 좋아요. Q. 토마토를 냉장 보관하면 라이코펜이 줄어드나요? A. 차가운 온도에서는 익는 과정이 멈춰 라이코펜이 덜 쌓이고 향도 약해질 수 있어요. 완숙 토마토는 실온에서 빨리 먹고, 남은 건 냉장하는 게 좋아요.

정리하면, 토마토의 라이코펜은 세포벽 속 결정으로 갇혀 있고 기름에만 녹는 성질 때문에 생으로 먹으면 흡수가 제한돼요. 가열은 세포벽을 무너뜨려 라이코펜을 풀어내고 일부를 흡수가 쉬운 시스 형태로 바꾸며, 기름은 라이코펜을 녹여 몸 안으로 실어 나르는 버스 역할을 해요. 오래 끓인 소스가 붉고 진해지는 건 수분 증발로 인한 농축, 라이코펜의 분산, 갈변 반응이 함께 만든 결과예요. 올리브유를 두른 뭉근한 토마토소스와 싱싱한 생토마토 샐러드, 두 가지를 번갈아 즐겨 보세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