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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표고버섯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D가 늘어날까? 에르고스테롤과 자외선(UV-B)의 과학

표고버섯을 갓 부분을 뒤집어 햇볕에 두면 비타민 D2가 크게 늘어나요. 에르고스테롤이 UV-B를 받아 비타민 D2로 바뀌는 광화학 반응, 시판 건표고와의 차이, 집에서 말리는 시간·방법, 비타민 D2와 D3의 차이까지 정리했어요.

주전자와 수건이 놓인 주방

비타민 D는 햇볕 비타민이라고 불릴 만큼 햇빛과 인연이 깊어요. 우리 피부가 햇빛 속 자외선을 받으면 스스로 비타민 D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람만 이런 능력을 가진 게 아니에요. 버섯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 D를 만들어요. 특히 표고버섯은 햇볕에 몇 시간만 말려도 비타민 D 함량이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늘어난다는 연구가 여러 번 보고됐어요. 할머니들이 표고를 채반에 널어 햇볕에 말리던 모습에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었던 셈이에요. 오늘은 버섯 속에서 일어나는 이 신기한 변화를 알아볼게요.

버섯의 비타민 D 원료, 에르고스테롤

동물 세포막에는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고, 우리 피부의 비타민 D 원료도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진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라는 물질이에요. 버섯 같은 곰팡이류는 콜레스테롤 대신 에르고스테롤이라는 비슷한 물질로 세포막을 만들어요. 구조가 서로 닮았기 때문에 에르고스테롤도 자외선을 받으면 비슷한 반응을 일으켜요. 그 결과물이 비타민 D2, 다른 이름으로 에르고칼시페롤이에요. 사람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건 비타민 D3, 콜레칼시페롤이고요.

반응 과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래요. 에르고스테롤 분자에는 고리 여러 개가 붙어 있는데, 파장이 약 280~315나노미터인 UV-B 자외선을 흡수하면 그중 한 고리가 툭 끊어지면서 프리비타민 D2라는 중간 물질이 생겨요. 이 중간 물질은 주변 온도의 열을 받아 천천히 분자 구조를 재배열하면서 비타민 D2가 돼요. 흔히 버섯이 햇볕으로 비타민 D를 광합성한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광합성은 빛에너지로 당을 만드는 식물의 과정이라 조금 달라요. 빛을 받아 분자가 바뀌는 광화학 반응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해요.

왜 UV-B여야 할까요?

햇빛에는 여러 파장의 빛이 섞여 있어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열로 느껴지는 적외선,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자외선이 있죠. 자외선은 다시 파장이 긴 UV-A, 중간인 UV-B, 짧은 UV-C로 나뉘어요. UV-C는 대기의 오존층에서 거의 다 흡수되어 땅에 닿지 않고, UV-A는 양이 많지만 에르고스테롤이 잘 흡수하지 못해요. 에르고스테롤의 고리를 끊는 데 딱 맞는 에너지를 가진 게 UV-B예요. 그래서 버섯의 비타민 D 생성은 UV-B가 얼마나 많이 닿느냐에 달려 있어요.

UV-B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양이 크게 달라져요. 태양이 높이 뜬 한낮, 그리고 여름에 가장 많고, 해가 낮게 뜨는 아침저녁이나 겨울에는 대기를 비스듬히 통과하면서 대부분 흡수돼 버려요. 또 일반 유리창은 UV-B를 대부분 막아요. 창가 햇볕에 버섯을 두면 따뜻하고 잘 마르긴 하지만 비타민 D는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비타민 D를 늘리고 싶다면 베란다 창을 열거나 야외에서 햇볕을 직접 쬐게 해야 해요.

시판 건표고는 비타민 D가 많을까요?

많은 분들이 말린 표고는 당연히 햇볕에 말린 거라 비타민 D가 풍부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요즘 시판되는 건표고의 상당수는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위생을 관리하기 위해 건조기에서 뜨거운 바람으로 말려요. 열풍 건조는 빠르고 균일하지만 자외선이 닿지 않으니 비타민 D가 거의 늘지 않아요. 실제로 여러 분석에서 열풍 건조 버섯의 비타민 D 함량은 생버섯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어요. 포장에 천일 건조나 햇볕 건조, 자외선 처리 같은 표시가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반가운 소식은 이미 말린 표고도 햇볕을 쬐어 주면 비타민 D가 늘어난다는 거예요. 에르고스테롤은 건조 후에도 버섯 속에 남아 있어서, 자외선만 닿으면 반응이 일어나거든요. 그러니 사 온 건표고를 요리하기 전날, 맑은 날 한낮에 몇 시간 햇볕에 널어 두는 것만으로도 비타민 D를 챙길 수 있어요. 해외에서는 버섯에 자외선 램프를 짧게 비춰 비타민 D 함량을 높인 제품이 판매되기도 해요.

집에서 표고버섯 햇볕에 말리는 법

  1. 생표고는 흙과 이물질을 마른 솔이나 키친타월로 털어 내요. 물에 씻으면 잘 안 마르고 상하기 쉬워요.
  2. 기둥을 떼고 갓을 뒤집어 주름(갓 아래 부분)이 하늘을 향하게 놓아요. 주름 쪽이 표면적이 넓고 에르고스테롤이 많아요.
  3. 얇게 썰면 자외선이 닿는 면적이 넓어지고 더 빨리 말라요.
  4. 맑은 날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 유리창 없이 직사광선이 닿는 곳에 둬요.
  5. 몇 시간 햇볕을 쬔 뒤에는 건조기나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 보관해요.

연구마다 조건은 다르지만, 주름을 위로 향하게 하고 한낮에 몇 시간만 햇볕을 쬐어도 비타민 D2가 의미 있게 늘어났다는 결과가 많아요. 흥미로운 건 비타민 D가 늘어나는 속도가 처음 몇 시간 동안 가장 빠르고, 이후엔 점점 느려진다는 점이에요. 자외선을 너무 오래 쬐면 만들어진 비타민 D 일부가 다른 물질로 바뀌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며칠씩 햇볕에만 둘 필요는 없고, 좋은 날 몇 시간을 확실하게 쬐어 주는 게 효율적이에요.

위생도 신경 써 주세요. 야외에 버섯을 널 때는 먼지나 새, 벌레가 닿지 않도록 망을 씌우고, 밤이슬을 맞지 않도록 해가 지기 전에 걷어 들여야 해요.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햇볕이 약하고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 피하는 게 좋아요. 완전히 마른 표고는 손으로 부러뜨렸을 때 딱 소리가 나며 부러지는 정도예요. 덜 마른 상태로 밀봉하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요.

비타민 D2와 D3, 효과가 같을까요?

버섯에서 얻는 비타민 D2와 햇볕이나 생선, 달걀노른자에서 얻는 비타민 D3는 모두 몸속에서 간과 신장을 거쳐 활성 형태로 바뀌어요. 둘 다 칼슘 흡수를 돕고 뼈 건강을 지키는 비타민 D로 인정돼요. 다만 여러 연구에서 비슷한 양을 먹었을 때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높이고 오래 유지하는 효과는 D3가 D2보다 조금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렇다고 D2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채식하는 분들이나 생선을 잘 먹지 않는 분들에게 버섯은 거의 유일한 식물성 비타민 D 공급원이에요.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는 성인의 비타민 D 충분섭취량을 하루 10마이크로그램(65세 이상은 15마이크로그램)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햇볕에 잘 말린 버섯은 조건에 따라 몇 조각만으로도 이 양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함량은 버섯 종류와 햇볕 조건에 따라 편차가 매우 커요. 그래서 버섯만으로 비타민 D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식단의 한 부분으로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에요. 결핍이 의심되거나 진단받았다면 의사와 상의해 검사와 보충 계획을 세우는 게 우선이에요.

사람도 버섯도 햇볕이 필요하지만

버섯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람의 비타민 D 합성도 궁금하실 거예요. 우리 피부도 UV-B를 받아 비타민 D3를 만드는데, 버섯과 마찬가지로 계절, 시간, 위도, 피부색, 자외선 차단제 사용에 따라 양이 크게 달라져요. 겨울철 한국처럼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햇볕만으로 충분한 비타민 D를 만들기 어려운 시기가 있어요. 그렇다고 햇볕을 오래 쬐면 피부 손상과 피부암 위험이 커지니, 한여름 한낮에 장시간 노출하는 건 권하지 않아요. 음식과 적당한 야외 활동, 필요하면 보충제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게 좋아요.

요리할 때 비타민 D는 얼마나 남을까요?

비타민 D는 지용성 비타민이라 물에 잘 녹지 않고, 열에도 비교적 안정한 편이에요. 표고를 불려서 볶거나 국에 넣어 끓여도 상당 부분이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다만 오래 끓이거나 튀기는 과정에서는 일부 손실이 생길 수 있고, 불린 물에도 소량이 녹아 나올 수 있어요. 표고 불린 물은 감칠맛 성분인 구아닐산도 풍부하니 버리지 말고 육수로 활용해 보세요. 또 지용성이라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흡수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기억해 두면 좋아요.

보관할 때는 빛과 습기를 피해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세요. 햇볕으로 만든 비타민 D는 보관하는 동안 천천히 줄어들 수 있지만, 건조 상태에서 제대로 보관하면 몇 달 동안 상당량이 유지된다는 연구도 있어요. 대량으로 사 두었다면 요리하기 며칠 전에 한 번 더 햇볕을 쬐어 주는 것도 방법이에요.

숫자로 보는 햇볕 건조의 효과

감을 잡기 위해 간단한 가상 계산을 해 볼게요. 어떤 건표고 100g에 원래 비타민 D가 1마이크로그램 들어 있었다고 가정해요. 햇볕에 주름을 위로 향하게 몇 시간 둔 뒤 함량이 10배로 늘었다면 100g당 10마이크로그램이 되고, 한 끼에 건표고 10g을 먹는다면 약 1마이크로그램을 섭취하는 셈이에요. 성인 충분섭취량 10마이크로그램의 10% 정도죠. 연구에 따라서는 증가 폭이 이보다 훨씬 커서 한 끼로 권장량의 상당 부분을 채운 사례도 있고, 조건이 나빠 거의 늘지 않은 사례도 있어요. 숫자는 설명을 위한 예시일 뿐, 실제 함량은 측정 없이는 알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이 계산에서 알 수 있는 건 두 가지예요. 첫째, 햇볕 건조는 비타민 D를 확실히 늘려 주지만 버섯을 먹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식단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건에 따라 달라요. 둘째, 햇볕 조건을 조금만 신경 써도 같은 버섯의 영양 가치를 몇 배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좋은 방법이에요. 전기도 돈도 들지 않고 몇 시간만 투자하면 되니까요. 버섯 요리를 자주 하는 집이라면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해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버섯의 비타민 D 증가가 버섯이 스스로 살아 있어야 일어나는 반응이 아니라는 거예요. 광화학 반응이라서 이미 수확해서 썰어 놓은 버섯, 심지어 말린 버섯에서도 일어나요. 그래서 요리하기 직전에 썰어 둔 생버섯을 한낮 햇볕에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두기만 해도 비타민 D가 늘어났다는 실험도 있어요. 물론 생버섯은 오래 밖에 두면 마르고 상하기 쉬우니 짧게 쬐고 바로 요리하는 게 좋아요.

자주 묻는 질문

Q. 표고 말고 다른 버섯도 비타민 D가 생기나요? A. 네, 양송이, 느타리, 새송이 등 대부분의 식용 버섯에 에르고스테롤이 있어 자외선을 받으면 비타민 D2가 만들어져요. 종류마다 증가량은 달라요. Q. 흐린 날에도 효과가 있나요? A. 구름이 UV-B를 일부 막지만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아서 효과가 줄어든 채로 반응은 일어나요. 맑은 날이 훨씬 유리해요. Q. 자외선 살균기에 넣으면요? A. 살균기는 주로 UV-C를 쓰는데, 식품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기기에 음식을 넣는 건 권하지 않아요. 햇볕이 가장 안전하고 손쉬운 방법이에요.

정리하면, 표고버섯 속 에르고스테롤은 햇빛의 UV-B를 흡수해 프리비타민 D2가 되고, 열에 의해 비타민 D2로 바뀌어요. 시판 건표고는 열풍 건조로 비타민 D가 적을 수 있으니, 주름을 위로 향하게 해서 한낮에 유리창 없이 몇 시간 햇볕을 쬐어 주면 비타민 D를 늘릴 수 있어요. 다만 함량 편차가 크니 버섯은 비타민 D 공급원의 하나로 생각하고, 결핍이 걱정된다면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이번 주말, 날씨가 맑다면 베란다에 표고를 널어 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