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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과학

꺾꽂이(삽목) 할 때 마디 바로 아래를 자르는 이유, 뿌리가 마디에서 잘 나오는 과학과 성공 요령

삽목은 왜 마디 바로 아래를 자르라고 할까요? 마디에 모인 곁눈과 형성층, 줄기 아래로 내려와 쌓이는 옥신, 저장 양분이 뿌리를 만드는 원리를 설명하고 '마디가 생장점'이라는 오해를 바로잡아요. 자르는 위치, 발근제, 흙과 습도, 물꽂이와 흙꽂이 차이까지 정리했어요.

주전자와 수건이 놓인 주방

몬스테라나 스킨답서스, 로즈마리 가지를 잘라 새 화분을 만들어 보려고 방법을 찾아보면 거의 모든 안내에 같은 말이 나와요. '마디 바로 아래를 자르세요.' 그런데 왜 하필 마디일까요? 흔히 '마디에 생장점이 있어서 세포 분열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정확하지 않아요. 식물학에서 생장점이라고 부르는 정단 분열조직은 줄기와 뿌리의 끝에 있고, 마디에는 그 대신 곁눈과 뿌리로 바뀔 수 있는 조직, 그리고 뿌리 형성을 돕는 호르몬과 양분이 모이기 쉬운 구조가 있어요. 오늘은 마디에서 뿌리가 잘 나오는 이유를 정확히 짚고, 실제로 삽목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까지 이어서 정리해 볼게요.

마디와 마디 사이, 무엇이 다를까요

줄기를 자세히 보면 잎이 붙어 있는 부분이 조금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어요. 이 자리가 마디이고, 마디와 마디 사이의 매끈한 부분을 절간이라고 불러요. 마디에는 잎자루가 붙어 있고, 잎과 줄기가 만나는 겨드랑이에 곁눈이 있어요. 곁눈은 작은 분열조직을 품고 있어서 조건이 맞으면 새 가지로 자라요. 또 마디는 잎에서 줄기로 이어지는 관다발이 갈라지고 합쳐지는 교차로라서 조직이 복잡하고 세포가 촘촘해요. 반면 절간은 주로 길이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요.

삽목에서 새로 나는 뿌리는 원래 뿌리가 아닌 곳에서 생긴다고 해서 부정근이라고 불러요. 부정근은 대개 관다발 근처에 있는 형성층이나 체관부 주변 유조직처럼, 다시 분열할 능력이 남아 있는 세포에서 시작돼요. 마디에는 이런 세포가 많고, 몇몇 식물은 마디에 이미 뿌리의 싹인 근원기를 준비해 두기도 해요. 스킨답서스나 몬스테라의 마디에서 보이는 갈색 돌기, 즉 공기뿌리가 대표적인 예예요. 그러니 '마디가 생장점이라서'라기보다 '마디에 뿌리를 만들 수 있는 재료와 세포가 모여 있어서'라고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해요.

옥신은 줄기 아래쪽으로 흘러 내려와요

뿌리 만들기의 핵심 신호는 옥신이라는 식물 호르몬이에요. 옥신은 주로 줄기 끝의 어린 잎과 눈에서 만들어져 줄기를 따라 아래쪽으로 이동해요. 이 이동은 방향이 정해져 있어서 극성 수송이라고 불러요. 세포막에 있는 운반 단백질이 옥신을 한쪽으로만 내보내기 때문에, 줄기를 잘라 거꾸로 꽂아도 옥신은 원래 아래였던 방향으로 흘러가요. 극성 옥신 수송에 대한 설명에서도 이 방향성이 식물의 형태를 만드는 기본 원리로 소개돼요.

줄기를 자르면 아래로 흘러 내려오던 옥신이 잘린 면 근처에서 더 갈 곳을 잃고 쌓여요. 이렇게 옥신이 모인 곳에서 세포가 다시 분열을 시작하고 뿌리의 싹을 만들어요. 잘린 면이 마디 바로 아래에 있으면 옥신이 쌓이는 자리와 뿌리가 되기 쉬운 마디 조직이 겹치게 돼요. 반대로 마디에서 한참 떨어진 절간 중간을 자르면 옥신은 쌓이지만 뿌리를 만들 세포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라 반응이 느리고, 마디 아래로 남은 줄기 토막은 뿌리 없이 썩기 쉬워요.

저장 양분과 상처 반응도 한몫해요

뿌리를 새로 만드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막 잘린 가지에는 아직 뿌리가 없으니 물과 양분을 스스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줄기와 잎에 저장된 탄수화물로 버텨야 해요. 마디 주변은 잎에서 만든 당이 드나드는 길목이라 양분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에요. 또 줄기를 자르면 상처 부위에서 캘러스라고 부르는 덩어리 조직이 생기는데, 이것은 상처를 덮는 반응이면서 일부 식물에서는 뿌리가 나오는 발판이 되기도 해요. 캘러스가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뿌리가 나는 건 아니지만, 잘린 면이 깨끗하고 건강해야 이후 과정이 순조로워요.

자르는 위치뿌리 형성흔한 문제
마디 바로 아래(0.5~1cm)옥신이 쌓이는 자리와 발근 조직이 겹쳐 유리해요거의 없음
절간 한가운데식물에 따라 되지만 느린 편이에요남은 줄기 토막이 썩기 쉬움
마디 바로 위아래쪽에 발근할 마디가 거의 없어요잘린 가지 쪽은 뿌리 내리기 어려움
마디를 포함하지 않은 조각대부분 실패해요새 눈이 없어 새순도 못 냄

그럼 모든 식물이 마디에서만 뿌리를 낼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버드나무처럼 발근력이 아주 강한 식물은 줄기 어디를 잘라도 뿌리가 잘 나고, 베고니아나 산세베리아처럼 잎 조각만으로 번식하는 식물도 있어요. 반대로 나이가 많은 나무의 단단한 가지는 마디 아래를 잘라도 뿌리가 잘 안 나서 발근제와 습도 관리가 필수예요. 꺾꽂이 번식 개요에서도 식물 종류와 가지의 성숙도에 따라 연한 가지, 반쯤 단단한 가지, 단단한 가지로 나눠 방법을 달리한다고 설명해요. 마디 아래 자르기는 대부분의 식물에서 성공률을 높이는 일반 원칙이라고 보면 돼요.

삽목 성공률을 높이는 순서

  1. 건강하고 병충해 없는 어미 식물에서, 꽃이나 꽃봉오리가 없는 가지를 골라요. 꽃을 피우는 데 양분이 가면 뿌리에 쓸 에너지가 줄어요.
  2. 깨끗하게 소독한 가위나 칼로 마디가 2~3개 들어가도록 10cm 안팎 길이로 잘라요. 아래쪽은 마디 바로 아래 0.5~1cm 지점을 비스듬히 잘라 흙에 닿는 면을 넓혀요.
  3. 흙에 묻힐 아래쪽 잎은 떼어 내요. 잎이 흙 속에서 썩으면 곰팡이가 번질 수 있어요.
  4. 위쪽 잎은 1~3장만 남기고, 잎이 크면 절반쯤 잘라 증산으로 잃는 물을 줄여요.
  5. 필요하면 잘린 면에 발근 촉진제를 얇게 묻혀요.
  6. 물이 잘 빠지는 배양토에 마디 하나 이상이 묻히도록 꽂고, 흙을 살짝 눌러 줄기를 고정해요.
  7. 밝지만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 두고, 비닐을 씌우거나 분무로 주변 습도를 높게 유지해요.
  8. 흙은 촉촉하게 유지하되 물이 고이지 않게 해요. 과습은 삽목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이에요.
  9. 새잎이 나고 줄기를 당겼을 때 버티는 힘이 느껴지면, 뿌리가 충분히 자란 뒤 한 치수 큰 화분으로 옮겨 심어요.

발근제는 무엇이고 얼마나 써야 할까요

시중의 발근제는 대부분 인공 옥신을 담고 있어요. 대표 성분이 인돌뷰티르산(IBA)과 나프탈렌아세트산(NAA)이에요. IBA에 대한 설명처럼 이 물질은 식물 안에서 천연 옥신과 비슷하게 작용해 잘린 면의 옥신 농도를 높여 줘요. 가루형은 잘린 면에 살짝 묻혀 쓰고, 액체형은 제품 설명에 따라 물에 희석해 몇 초에서 몇 시간 담가요. 여기서 중요한 건 '많이 쓸수록 좋다'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옥신은 적당하면 뿌리를 만들지만 너무 진하면 오히려 조직을 상하게 하고 뿌리 형성을 막아요.

액체 발근제를 희석할 때는 배수로 표시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500배 희석'이라면 원액 1mL에 물을 넣어 전체를 500mL로 만든다는 뜻이에요. 1L를 만들고 싶다면 원액 2mL가 필요하죠. 제품마다 기준이 다르고 연한 가지와 단단한 가지의 권장 농도도 달라서, 라벨에 적힌 비율을 그대로 따르는 게 가장 안전해요. 헷갈린다면 희석배수 계산기로 원액과 물의 양을 먼저 확인해 보세요. 버드나무 가지를 우린 물을 천연 발근제로 쓰는 방법도 알려져 있지만 농도가 일정하지 않아 효과는 들쭉날쭉해요.

발근제를 쓸 때는 원액 병에 가지를 바로 담그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작은 그릇에 덜어 쓰세요. 여러 가지를 한 병에 번갈아 담그면 한 가지에 있던 병원균이 원액 전체로 옮을 수 있어요. 쓰고 남은 희석액은 보관하지 말고 버리는 게 원칙이에요.

물꽂이와 흙꽂이, 어떤 게 나을까요

스킨답서스, 몬스테라, 필로덴드론처럼 원래 공기뿌리를 잘 내는 식물은 물에 꽂아 두기만 해도 뿌리가 잘 나와요. 뿌리가 자라는 모습이 보여서 재미있고 실패도 바로 확인할 수 있죠. 다만 물속에서 자란 뿌리는 산소가 많은 물 환경에 맞춰져 있어서, 나중에 흙으로 옮기면 한동안 적응하느라 성장이 멈추거나 잎이 처지기도 해요. 물꽂이를 한다면 뿌리가 2~3cm쯤 자랐을 때 일찍 흙으로 옮기는 편이 적응이 빨라요. 물은 2~3일마다 갈아 세균이 번지지 않게 해요.

로즈마리, 라벤더, 제라늄처럼 줄기가 단단하고 과습에 약한 식물은 처음부터 흙이나 펄라이트, 질석을 섞은 배지에 꽂는 게 좋아요. 흙꽂이는 뿌리가 처음부터 흙 환경에 맞게 자라서 옮겨 심을 때 몸살이 적어요. 대신 뿌리가 났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니, 2~4주 뒤 줄기를 살짝 당겨 보았을 때 저항이 느껴지거나 새순이 올라오면 뿌리가 내렸다고 판단해요.

언제 자르면 잘 될까요

대부분의 관엽식물과 허브는 봄부터 초여름 사이, 식물이 새순을 활발하게 내는 시기에 삽목이 잘 돼요. 이때는 줄기 속 옥신과 양분이 넉넉하고 기온도 뿌리 내리기에 알맞아요. 하루 중에는 이른 아침에 자르는 게 좋다고 하는데, 밤사이 물을 충분히 머금어 가지가 싱싱할 때라서 자른 뒤 시드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한여름 한낮에 자른 가지는 금세 수분을 잃고, 겨울에 휴면 중인 가지는 뿌리가 나기까지 훨씬 오래 걸려요. 실내에서 키우는 열대 관엽식물은 난방이 되는 집이라면 계절 영향을 덜 받지만, 그래도 해가 길어지는 봄에 시작하는 편이 결과가 좋아요.

자주 묻는 질문

첫째, 잘린 면을 비스듬히 자르면 정말 도움이 될까요? 비스듬한 면은 흙과 닿는 면적이 넓어 물을 흡수하기 좋고, 어느 쪽이 아래인지 헷갈리지 않게 해 줘요. 다만 너무 길게 비스듬히 자르면 상처 면이 넓어져 오히려 썩을 수 있어서 적당한 각도면 충분해요. 둘째, 계피 가루를 발근제 대신 써도 될까요? 계피는 곰팡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조금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옥신이 들어 있지 않아 뿌리 형성을 직접 촉진하지는 못해요. 셋째, 잘라 둔 가지를 며칠 말렸다가 꽂아도 되나요?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잘린 면을 며칠 말려 굳힌 뒤 꽂아야 썩지 않지만, 일반 관엽식물이나 허브는 바로 꽂는 게 좋아요. 식물 종류에 따라 방법이 반대라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자주 하는 실수

  • 잎을 너무 많이 남겨요. 뿌리 없는 가지가 잎으로 잃는 물을 감당하지 못해 시들어요.
  • 흙을 계속 젖은 상태로 둬요. 잘린 면이 산소 부족으로 썩어요.
  • 한여름 직사광선 아래나 한겨울 창가에 둬요. 발근에는 대체로 20~25℃ 안팎의 따뜻하고 안정된 온도가 좋아요.
  • 뿌리가 났는지 확인하려고 자꾸 뽑아 봐요. 막 생긴 여린 뿌리가 끊어져요.
  • 무뎌진 가위로 줄기를 짓눌러 잘라요. 조직이 뭉개지면 썩기 쉬워요.

정리해 볼게요

삽목할 때 마디 바로 아래를 자르는 이유는 마디가 생장점이어서라기보다, 마디에 곁눈과 형성층처럼 다시 분열할 수 있는 세포가 모여 있고, 줄기를 따라 내려온 옥신과 저장 양분이 그 자리에 쌓이기 쉽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적당한 잎 수, 깨끗한 절단면, 과하지 않은 발근제, 촉촉하지만 숨 쉬는 흙과 높은 습도가 더해지면 성공률이 크게 올라가요. 식물마다 뿌리를 내는 능력은 다르니 한 번에 여러 가지를 꽂아 두고, 잘 자라는 녀석을 골라 키우는 것도 좋은 요령이에요. 한두 번 실패했다고 실망하지 말고, 자른 위치와 물 주기를 조금씩 바꿔 가며 우리 집 환경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