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모양의 벽지를 옆으로 밀었을 때 무늬가 정확히 겹치면 그 무늬에는 평행이동 주기가 있습니다. 정사각형 바둑판이나 정육각형 벌집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단 두 종류의 마름모를 정해진 규칙대로 붙이면 평면 전체를 빈틈없이 덮으면서도 어떤 0이 아닌 거리만큼 옮겨 원래 무늬와 완전히 겹치게 할 수 없는 패턴이 생깁니다. 영국 수학자 로저 펜로즈의 이름을 딴 펜로즈 타일링입니다.
펜로즈 타일링은 아무렇게나 흩어진 무작위 무늬가 아닙니다. 가까운 곳에서는 제한된 배치만 허용되고, 같은 부분 무늬가 멀리서 다시 나타나는 장거리 질서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체를 반복시키는 평행이동 벡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질서가 있다’와 ‘주기적이다’가 같은 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수학적 사례입니다.
비주기적 타일링과 비주기 타일 집합의 차이
하나의 타일 배치를 보고 비주기적이라고 말할 때는 그 배치에 0이 아닌 평행이동 대칭이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비주기 타일 집합은 그 타일과 허용 규칙으로 평면을 덮는 방법은 존재하지만, 허용되는 모든 완전한 타일링이 비주기적이라는 더 강한 뜻으로 쓰입니다. 정사각형을 불규칙하게 늘어놓아 우연히 반복이 없게 만든 경우와는 다릅니다. 정사각형만으로는 규칙적인 바둑판도 만들 수 있으므로 정사각형은 비주기 타일 집합이 아닙니다.
펜로즈가 1970년대에 제시한 계열에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연과 화살 모양을 쓰는 P2 타일, 두 마름모를 쓰는 P3 타일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 변의 길이가 같은 굵은 마름모와 얇은 마름모를 살펴봅니다. 도형 두 개만 보고 ‘어떻게 붙여도 비주기적’이라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같은 마름모를 맞춤 규칙 없이 사용하면 주기적인 띠와 격자도 만들 수 있습니다.
굵은 마름모와 얇은 마름모
굵은 마름모의 각은 72도와 108도이고, 얇은 마름모의 각은 36도와 144도입니다. 두 도형의 변 길이는 같습니다. 이 각도들은 정오각형과 별 모양에서 나타나는 36도의 배수이므로 펜로즈 무늬에서 5겹 또는 10겹 회전 대칭처럼 보이는 국소 구조가 자주 나타납니다. 그러나 한 점을 중심으로 돌렸을 때 일부 패치가 겹치는 회전 대칭과 평면 전체를 일정 거리만큼 미는 평행이동 대칭은 서로 다른 성질입니다.
| 타일 | 예각 | 둔각 | 한 변이 1일 때 넓이 |
|---|---|---|---|
| 굵은 마름모 | 72° | 108° | sin 72° |
| 얇은 마름모 | 36° | 144° | sin 36° |
마름모의 넓이는 두 변의 길이 곱에 끼인각의 사인을 곱해 구합니다. 변이 모두 1이면 굵은 마름모 넓이는 sin 72°, 얇은 마름모 넓이는 sin 36°입니다. 따라서 넓이비는 sin 72°/sin 36°=2cos 36°=(1+√5)/2=φ입니다. 여기서 φ는 약 1.6180339887인 황금비입니다. 이 계산은 타일 한 장의 넓이비를 말합니다.
맞춤 규칙이 주기적 배치를 막습니다
마름모 가장자리에 화살표를 표시하거나 타일 위에 곡선을 그어 같은 종류의 표지가 정확히 이어질 때만 두 변을 맞대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국소 조건을 맞춤 규칙이라고 합니다. 조립자는 바로 옆의 변만 확인하지만, 그 제약이 누적되면 임의로 큰 규모의 구조까지 결정됩니다. 표지를 무시하면 허용되지 않는 평행사변형 묶음이나 주기적인 줄무늬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마름모가 황금비 각도를 가지므로 저절로 반복되지 않는다’는 설명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비주기성을 강제하는 핵심은 도형의 각도만이 아니라 도형과 맞춤 규칙의 결합입니다. 미국수학회에 실린 해설도 펜로즈 마름모만으로 주기적 타일링을 만들 수 있으며, 펜로즈 규칙을 만족하는 타일링이 비주기적이라고 구분합니다.
확대와 치환으로 무늬를 만드는 방법
펜로즈 타일링은 인플레이션 또는 치환 규칙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완성된 타일을 황금비 φ만큼 확대하고, 확대된 도형을 원래 크기의 굵은 마름모와 얇은 마름모 조각으로 다시 나눕니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이전 단계의 패치가 더 큰 ‘슈퍼타일’ 안에 들어가는 계층 구조가 생깁니다. 반대로 허용된 작은 타일들을 묶어 더 큰 마름모로 읽는 디플레이션도 가능합니다.
이 계층은 한두 단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타일링 전체에는 크기가 φ, φ², φ³처럼 커지는 슈퍼타일 구조가 계속 들어 있습니다. 만약 0이 아닌 평행이동이 전체 무늬를 보존한다면 그 이동은 모든 단계의 슈퍼타일 경계와 구조도 보존해야 합니다. 그런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필요한 구조의 크기는 제한 없이 커지고, 고정된 평행이동으로는 이 무한 계층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치환 구조로 비주기성을 이해하는 핵심 생각입니다.
타일 개수 비율은 왜 황금비로 수렴할까
치환 한 단계에서 굵은 타일과 얇은 타일이 몇 장씩 생기는지를 행렬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방향이나 경계에서 생기는 절단 조각을 일관된 방식으로 세면 펜로즈 마름모 치환의 개수 변화는 피보나치형 행렬로 표현됩니다. 대표적인 규약에서는 굵은 타일 수 T와 얇은 타일 수 t의 변화가 (T',t')=(2T+t,T+t) 꼴입니다. 행렬로 쓰면 [[2,1],[1,1]]입니다.
이 행렬의 가장 큰 고유값은 φ²이고, 그 고유벡터에서 굵은 타일 수와 얇은 타일 수의 비는 φ:1입니다. 치환을 여러 번 반복하면 처음에 어떤 허용 패치에서 출발했는지에 따른 경계 효과는 전체 타일 수에 비해 작아지고, 큰 영역에서 굵은 마름모 수/얇은 마름모 수가 φ로 수렴합니다. 이는 무한 타일링의 점근적 빈도에 관한 명제이지, 임의로 잘라 낸 작은 조각에서 언제나 정확히 φ가 나온다는 뜻은 아닙니다.
큰 영역에서 굵은 마름모 개수 ÷ 얇은 마름모 개수 → φ=(1+√5)/2≈1.618
개수비와 넓이비도 구분해야 합니다. 굵은 타일 한 장의 넓이는 얇은 타일의 φ배이고, 개수도 점근적으로 φ배입니다. 따라서 넓은 영역에서 굵은 타일들이 차지하는 총면적과 얇은 타일들이 차지하는 총면적의 비는 φ×φ=φ²에 가까워집니다. ‘두 종류의 면적 비율이 φ’라는 문장이 한 장의 넓이인지 전체 면적 점유율인지 밝히지 않으면 서로 다른 값을 섞게 됩니다.
피보나치 수열과 같은 황금비가 나타나는 이유
황금비는 φ²=φ+1을 만족합니다. 펜로즈 치환에서는 큰 타일을 여러 작은 타일로 나누는 개수 관계가 이 방정식과 연결됩니다. 피보나치 수열에서도 인접 항의 비가 같은 이차방정식 x²=x+1의 양의 해 φ로 수렴합니다. 두 현상은 겉모양이 비슷해서가 아니라 반복 규칙을 나타내는 행렬의 지배적인 고유값과 고유벡터가 황금비를 포함하기 때문에 연결됩니다. 피보나치 수열의 인접 항 비율이 황금비로 수렴하는 과정을 함께 보면 행렬 반복과 비율 수렴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반복은 없지만 같은 조각은 다시 나타납니다
비주기라는 말은 어느 부분도 두 번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펜로즈 타일링에서는 유한한 패치가 다른 위치에서 다시 나타나며, 허용되는 패치가 일정한 간격 안에서 되풀이되는 반복성도 있습니다. 다만 전체 평면을 한 번에 자기 자신으로 보내는 단일 평행이동 주기가 없습니다. 음악에서 짧은 동기가 되돌아와도 곡 전체가 같은 마디를 무한 반복하는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한 5겹 대칭처럼 보이는 한 패치를 찾았다고 해서 타일링 전체가 그 중심에 대해 정확한 회전 대칭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히 대칭적으로 구성된 펜로즈 타일링에는 전역 5겹 대칭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펜로즈 타일링에 같은 중심 대칭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통적인 핵심은 맞춤 규칙과 평행이동 비주기성입니다.
준결정과의 관계
1982년 단 셰흐트만이 관찰한 합금의 전자회절 무늬는 결정학에서 허용되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회전 대칭과 날카로운 회절점을 함께 보였습니다. 이후 비주기적이지만 장거리 질서를 지닌 구조를 설명하는 준결정 개념이 발전했습니다. 펜로즈 타일링은 준결정 그 자체나 특정 합금의 원자 배치를 그대로 복사한 그림은 아니지만, 비주기적 장거리 질서와 회절을 연구하는 중요한 수학 모형이 되었습니다.
주기 결정은 하나의 단위격자를 평행이동해 전체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펜로즈형 질서는 그런 단위격자가 없으면서도 무작위 액체와 다른 날카로운 회절 구조를 낼 수 있습니다. 2011년 노벨 화학상은 준결정 발견에 수여됐으며, 노벨위원회 자료는 준결정의 비주기적 질서와 금지된 것으로 여겨졌던 대칭을 설명합니다.
펜로즈 타일링에서 자주 틀리는 설명
- 마름모 두 종류만 있으면 자동으로 비주기적이라는 설명은 틀립니다. 맞춤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 비주기적이라는 말은 부분 무늬가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전체를 보존하는 평행이동 주기가 없다는 뜻입니다.
- 굵은 타일과 얇은 타일의 개수비 φ는 큰 영역에서의 점근값입니다. 작은 패치의 정확한 비율은 다를 수 있습니다.
- 개별 타일의 넓이비 φ와 전체 면적 점유율의 비 φ²을 구분해야 합니다.
- 펜로즈 타일링은 무작위 배열이 아닙니다. 국소 맞춤 규칙과 무한 계층 구조를 갖습니다.
핵심 정리
펜로즈 마름모 타일링은 72° 예각의 굵은 마름모와 36° 예각의 얇은 마름모를 국소 맞춤 규칙에 따라 이어 평면을 채웁니다. 규칙을 만족하는 완전한 타일링에는 0이 아닌 평행이동 대칭이 없습니다. 확대와 치환을 반복하면 크기가 황금비 배씩 달라지는 슈퍼타일 계층이 생기며, 이 끝없는 계층이 비주기성을 강제합니다.
한 변이 같은 두 마름모의 넓이비는 sin72°/sin36°=φ입니다. 치환 행렬을 반복하면 큰 영역에서 굵은 마름모와 얇은 마름모의 개수비도 φ:1로 수렴합니다. 하지만 이는 작은 조각마다 정확한 비율이 보장된다는 말이 아니며, 맞춤 규칙을 없앤 단순한 마름모 배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황금비, 국소 규칙, 장거리 질서가 함께 작동하는 것이 펜로즈 타일링의 요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