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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숫자 상식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공 하나를 유한 조각으로 나눠 두 공을 만드는 수학

선택공리와 비가측 집합을 이용하는 바나흐–타르스키 정리의 정확한 내용, 부피 보존과 모순되지 않는 이유, 실제 물질에 적용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3차원 공 하나를 유한 개의 조각으로 나눈 뒤 조각을 회전하고 평행이동하기만 해 원래 공과 같은 크기의 공 두 개로 다시 조립할 수 있다는 정리가 있습니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입니다. 질량이나 물질을 복제하는 실험이 아니라, 선택공리를 받아들이는 집합론에서 점들의 특정 부분집합을 다루는 정리입니다. 조각은 자르개로 만들 수 있는 입체가 아니며 부피를 정의할 수 없는 비가측 집합입니다.

정리에서 말하는 ‘조각’

보통의 퍼즐 조각은 내부와 경계를 가진 연속된 입체입니다. 바나흐–타르스키 조각은 셀 수 없이 많은 점이 복잡하게 흩어진 부분집합입니다. 어느 작은 영역을 확대해도 조각의 점들이 뒤섞여 있으며 물리적인 칼로 분리할 표면이 없습니다. 조각마다 르베그 부피를 배정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정리의 한 표준 형태는 3차원 유클리드 공간의 단위 공을 유한 개의 서로 겹치지 않는 부분집합으로 분할한 뒤, 각 부분을 강체운동으로 옮겨 단위 공 두 개를 이루게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강체운동은 거리와 모양을 보존하는 회전과 평행이동입니다. 조각 자체의 점을 늘이거나 복사하는 변환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부피 보존 법칙과 왜 모순되지 않나

르베그 측도가 정의되는 가측 집합이라면 서로 겹치지 않는 유한 합의 부피는 각 부피의 합이고, 회전과 평행이동은 부피를 보존합니다. 모든 조각이 가측이라면 원래 공의 부피 V가 재조립 뒤 2V가 되어 모순입니다. 따라서 정리에 쓰이는 조각들은 모두에게 일관된 부피를 줄 수 없는 비가측 집합이어야 합니다.

가측 조각이라면 V=Σμ(Aᵢ)=Σμ(gᵢAᵢ)=2V가 되어 불가능합니다. 실제 조각은 μ(Aᵢ)가 정의되지 않습니다.

선택공리가 하는 역할

선택공리는 서로 비어 있지 않은 집합들의 모음에서 각 집합의 원소 하나씩을 선택하는 함수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선택 규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없는 무한한 모음에도 적용됩니다. 바나흐–타르스키 구성에서는 회전군의 작용으로 생기는 점들의 궤도마다 대표점을 고르는 과정에 선택공리가 사용됩니다. 이 대표점 집합은 명시적으로 한 점씩 계산해 목록화할 수 있는 물체가 아닙니다.

선택공리는 현대 수학에서 널리 사용되며, 모든 벡터공간에 기저가 존재한다는 명제나 조른 보조정리와 동치입니다. 바나흐–타르스키 정리가 직관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공리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선택공리를 약화한 다른 집합론 체계에서는 모든 부분집합의 측도 가능성과 정리의 성립 양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유군과 역설적 분해의 뼈대

3차원 회전군 안에는 두 생성원으로 이루어진 자유군처럼 행동하는 부분군을 잡을 수 있습니다. 자유군의 원소는 두 회전과 역회전 기호로 된 축약 단어로 표현됩니다. 이 단어들을 첫 글자에 따라 나누고 왼쪽에서 특정 생성원을 곱하면, 하나의 군을 서로 겹치지 않는 부분들로 나눠 두 벌처럼 재배열하는 역설적 분해가 가능합니다.

그 군 작용을 구의 점들에 옮깁니다. 회전에 의해 서로 이동 가능한 점들을 같은 궤도로 묶고 각 궤도에서 대표점 하나를 선택합니다. 군의 역설적 분해를 대표점 집합의 복사들에 적용하면 구면의 점들을 두 구면에 해당하는 형태로 재배열할 수 있습니다. 회전축에 놓여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는 예외점들은 별도로 처리합니다.

구면에서 공으로 확장하기

구면의 분해를 원점에서 뻗는 각 반지름 방향으로 확장하면 공의 대부분을 분해할 수 있습니다. 중심점과 일부 예외 궤도는 추가적인 집합론적 조작으로 처리합니다. 증명의 세부 버전에 따라 조각 수와 예외 처리 방식이 다르지만, 결론은 유한 개의 비가측 부분집합과 강체운동으로 두 공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왜 2차원 원판에서는 같은 일이 안 되나

평면의 회전과 평행이동으로 이루어진 등거리변환군은 3차원 회전군과 다른 대수적 성질을 가집니다. 평면에서는 모든 부분집합에 대해 유한가법적이고 등거리변환 불변인 면적 확장을 만들 수 있어, 원판을 유한 조각으로 같은 크기 원판 두 개로 만드는 바나흐–타르스키형 등분해가 불가능합니다. 3차원 이상에서 나타나는 비가환 자유부분군이 중요한 차이를 만듭니다.

평면에도 원과 정사각형을 같은 면적의 조각으로 등분해하는 타르스키 원-정사각형 문제가 있습니다. 현대 해법은 이동만으로 조각을 재배열하지만 같은 모양 두 개로 부피를 두 배 만드는 명제와는 다릅니다. ‘무한 집합이면 무엇이든 복제된다’고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실제 공을 복제할 수 없는 이유

  • 물질은 수학적 점의 연속체가 아니며 원자와 양자 구조를 가집니다.
  • 비가측 조각은 물리적인 절단면을 가진 덩어리가 아니어서 분리하거나 잡아 옮길 수 없습니다.
  • 구성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선택과 무한 정밀도의 위치 정보가 필요합니다.
  • 정리는 질량·에너지 보존 법칙을 적용하는 물리 과정의 모델이 아닙니다.
  • 조각에 정상적인 부피를 배정할 수 없으므로 ‘각 조각의 부피가 보존되어 두 배가 됐다’는 계산을 할 수 없습니다.

‘역설’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은 공리에서 P와 not P가 동시에 나온다는 모순이 아닙니다. 선택공리와 실수의 완전한 점 집합 모형을 받아들였을 때 직관과 매우 다른 결론이 나온다는 의미의 역설입니다. 정리의 증명은 표준 집합론 ZFC 안에서 수학적으로 타당합니다.

가측성과 유한가법성

길이·넓이·부피를 일반화한 측도 μ는 서로 겹치지 않는 가측 집합들의 가산 합에 대해 μ(∪Aᵢ)=Σμ(Aᵢ)를 만족합니다. 모든 부분집합을 가측으로 만들면서 이동 불변성과 이 성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비탈리 집합과 바나흐–타르스키 조각은 ‘모든 점 집합에 부피가 있어야 한다’는 직관이 성립하지 않는 사례입니다.

비가측이라는 말은 부피가 0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부피 0인 가측 집합들은 유한 개를 합쳐도 부피 0입니다. 비가측 집합은 선택한 측도 체계에서 일관된 실수값을 아예 배정할 수 없는 집합입니다. 0으로 간주해 계산하면 측도의 공리와 충돌합니다.

유한가법성과 가산가법성을 구분하기

유한가법성은 서로 겹치지 않는 유한 개 집합의 측도가 각 측도의 합이라는 조건입니다. 가산가법성은 이를 셀 수 있게 무한한 집합족까지 확장합니다. 르베그 측도는 가산가법성을 만족하지만 모든 부분집합에 정의되지는 않습니다. 바나흐–타르스키는 조각 수가 유한하므로, 조각 모두에 회전 불변인 유한가법적 부피가 정의된다고만 가정해도 즉시 모순이 생깁니다.

반대로 조각들이 비가측이라는 사실은 회전 뒤 부피가 변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변하기 전에도 후에도 그 조각의 부피값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각 조각의 부피를 모두 더한다’는 첫 줄부터 허용되지 않습니다. 원래 공과 완성된 두 공은 가측이지만 중간 분할의 구성원들은 가측일 필요가 없습니다.

등분해라는 말의 정확한 뜻

두 집합 A와 B가 등분해 가능하다는 것은 A를 유한 개의 서로 겹치지 않는 조각 A₁,…,Aₙ으로 나누고, 각 조각에 회전이나 평행이동 같은 허용된 변환 gᵢ를 적용해 B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각의 개수와 허용하는 변환 종류가 정의의 일부입니다. 바나흐–타르스키 정리에서는 3차원 유클리드 공간의 강체운동을 사용합니다.

강체운동은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보존합니다. 따라서 각 조각을 확대하거나 축소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결론은 크기 변화가 변환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부피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점 집합을 유한하게 재배열할 수 있다는 데서 생깁니다. 퍼즐 그림에서 조각이 덩어리처럼 그려져도 실제 수학적 조각은 그런 연속체가 아닙니다.

정리의 역사적 범위

Stefan Banach와 Alfred Tarski는 1924년 관련 논문에서 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Felix Hausdorff는 1914년 구면에서 선택공리와 자유군 작용을 이용한 역설적 분해를 제시했습니다. 바나흐와 타르스키의 작업은 이런 군론적 구조를 이용해 구면뿐 아니라 3차원 공에 대한 등분해 결과로 발전시켰습니다.

정리에는 공 하나를 같은 공 두 개로 만든다는 유명한 형태 외에도, 내부가 비어 있지 않은 유계 집합들 사이의 등분해에 관한 더 일반적인 형태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표현에서 가정과 허용 변환, 경계 처리 방식이 같지는 않습니다. 대중적인 ‘완두콩을 태양으로 바꾼다’는 문구는 크기가 다른 공들 사이의 수학적 등분해를 비유한 것이지 물질 변환 절차가 아닙니다.

선택공리를 빼면 무엇이 달라질까

선택공리를 쓰지 않는다고 자동으로 모든 점 집합에 부피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공리를 유지하고 실수 집합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적절한 큰 기수 가정을 더한 Solovay 모형에서는 종속선택을 유지하면서 모든 실수 집합이 르베그 가측이 되도록 할 수 있지만, 완전한 선택공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은 바나흐–타르스키 정리가 선택공리와 무관한 순수 기하 현상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한편 표준적인 ZFC에서는 선택공리를 포함하므로 정리가 성립합니다. 공리 선택에 따라 증명 가능한 명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집합론에서 연구하는 정확한 수학적 현상입니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핵심 정리

바나흐–타르스키 정리는 3차원 공을 유한 개의 부분집합으로 나눠 회전과 평행이동만으로 같은 크기의 공 두 개로 재조립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각은 보통의 입체가 아니라 부피를 정의할 수 없는 비가측 점 집합이며, 궤도 대표를 고르는 데 선택공리가 쓰입니다.

따라서 물질이나 에너지를 복제하는 방법이 아니고 부피 보존 법칙의 반례도 아닙니다. 부피 보존의 유한가법성을 적용하려면 조각들이 가측이어야 하는데, 바로 그 조건을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 정리는 무한 집합, 군 작용, 측도와 선택공리 사이의 경계를 보여 줍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