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산을 한 다음 날 계단을 내려가기 어렵거나, 처음 스쿼트를 한 뒤 이틀째 허벅지가 더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지연성 근육통을 흔히 ‘젖산이 쌓였다’고 설명하지만 다음 날의 통증을 젖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결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운동 중의 화끈거림과 시간이 지난 뒤 생기는 통증은 나누어 생각해야 합니다.
지연성 근육통은 영어로 delayed-onset muscle soreness, 줄여서 DOMS라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운동 뒤에 나타날 수 있는 뻐근함과 압통, 움직일 때의 불편을 가리킵니다. 그렇다고 운동 뒤 생긴 모든 통증이 DOMS인 것은 아닙니다. 다친 순간의 날카로운 통증이나 심한 근력 저하를 평범한 운동 후 반응으로 넘기지 않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왜 운동이 끝난 뒤 한참 지나 아플까요?
미국스포츠의학회 ACSM은 익숙하지 않은 부하와 특히 근육이 힘을 내며 늘어나는 동작이 지연성 근육통과 관련된다고 설명합니다. 근육과 주변 결합조직에 가해진 기계적 스트레스, 조직의 미세한 변화, 뒤따르는 염증 반응과 통증 민감도의 변화가 관여합니다. ‘근섬유가 찢어졌으니 아프다’ 한 문장만으로 모든 과정을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ACSM 안내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통증은 운동 중 바로 최고조에 이르기보다 다음 날부터 두드러지고 이후 며칠 동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흔히 24~72시간 무렵 심해진다고 설명하지만 모두에게 정확히 같은 시계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의 종류와 익숙한 정도, 부하와 개인차가 있습니다. 시간을 대입해 ‘48시간이 지났으니 반드시 회복됐다’고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월요일 저녁에 처음 운동했다면 화요일보다 수요일에 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간적 지연 때문에 운동 직후 괜찮았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날 같은 부하를 더해도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하루 뒤 조금 뻐근해졌다고 해서 운동이 실패했다거나 몸이 영구적으로 손상됐다는 뜻도 아닙니다. 통증의 양상과 움직임의 변화, 회복 경과를 함께 봐야 합니다.
젖산 축적설과 맞지 않는 관찰
Schwane 연구진은 1983년 평지 달리기와 내리막 달리기에서 젖산과 이후 통증을 비교했습니다. 평지에서는 운동 중 혈중 젖산이 늘었지만 유의한 지연성 통증은 나타나지 않았고, 내리막에서는 같은 젖산 상승 없이 지연성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원논문은 ‘젖산이 많을수록 다음 날 더 아프다’는 단순 설명과 맞지 않는 결과를 보여 줍니다.
이 연구만으로 근육통의 모든 기전을 밝혔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원인이라고 주장한 현상과 결과가 반드시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운동 중 젖산 농도, 운동 직후의 피로감, 하루 뒤 통증을 같은 지표처럼 섞으면 잘못된 설명이 생깁니다. 각각 어떤 시점과 상황을 측정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상에서는 젖산이라는 이름을 널리 쓰지만 생리적 조건에서는 주로 젖산염 형태를 이야기합니다. 젖산염을 다음 날까지 근육에 갇혀 있는 독성 찌꺼기로 그리는 그림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요점은 특정 물질을 몸에서 강제로 빼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음 날 통증을 설명할 때 시간과 근육의 동작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리막에서 근육은 힘을 내면서 늘어납니다
덤벨을 들어 올릴 때와 천천히 내릴 때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내리는 동안에도 팔의 근육은 덤벨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냅니다. 힘을 내면서 근육이 길어지는 수축을 신장성 또는 편심성 수축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는 계단을 내려가며 무릎이 급격히 굽혀지지 않도록 버티는 동작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르막보다 숨이 덜 찬 내리막에서 다음 날 다리가 더 아플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심폐 부담의 느낌과 근육에 가해지는 기계적 부담은 같은 순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별로 숨이 차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육에도 가벼운 운동이었다고 단정하면, 익숙하지 않은 내리막이나 천천히 버티는 동작의 양을 과하게 늘리기 쉽습니다.
ACSM은 강도가 높거나 반복이 많은 신장성 수축이 지연성 통증과 근기능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학회 해설의 의미는 그런 운동을 모두 피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훈련이 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많은 양을 수행하거나 통증을 목표로 삼을 이유는 없다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통증의 세기는 근육이 자라는 양을 재지 않습니다
아플수록 운동을 잘했다는 생각은 다음 훈련의 부하를 결정할 때 문제를 만듭니다. 통증은 운동에 익숙한 정도와 동작, 개인차에도 좌우됩니다. 근육이 늘었는지 확인하는 장기적인 변화와 운동 다음 날의 감각은 서로 다른 자료입니다. 아프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운동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Damas 연구진의 2016년 연구는 저항 운동 초기의 근육 손상과 단백질 합성, 이후 비대의 관계를 구분했습니다. 원논문은 초기 반응을 곧바로 최종적인 근육 성장으로 읽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다만 이 결과를 ‘어떤 통증도 적응과 무관하다’처럼 반대 방향의 절대 명제로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운동 기록은 통증 점수만 쓰기보다 같은 동작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했는지, 무게와 반복 수가 어떻게 변했는지, 일상 움직임이 회복됐는지를 함께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몸무게나 체성분 수치도 짧은 기간의 변동을 모두 근육 증가로 읽지 않습니다. 하나의 감각이나 하루의 숫자보다 일정 기간의 수행과 회복을 함께 보는 이유입니다.
운동량 계산에도 빠지는 조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kg으로 10회씩 3세트를 했다면 단순한 중량×횟수 합계는 300kg입니다. 다음에 12kg으로 같은 반복을 하면 360kg으로 20% 늘어납니다. 이 계산은 훈련 기록을 비교하는 한 방법일 뿐 조직에 실제로 가해진 힘이나 손상량을 나타내는 단위는 아닙니다. 움직임의 범위와 속도, 동작의 차이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량을 그대로 두고 내리는 시간을 길게 하거나 처음 해 보는 동작으로 바꾸면 합계가 같아도 부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상 300kg으로 같으니 이전과 똑같이 회복될 것’이라고 보장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모든 변수를 숫자로 만들려고 애쓰기보다 무엇을 바꿨는지 기록하면 다음 날의 반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뻐근한 날은 회복 상태에 맞춰 조절합니다
가벼운 뻐근함이 있다면 같은 부위에 강한 부하를 더하는 대신 일상적인 가벼운 움직임과 휴식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어떤 활동에서 통증이 더 심해지는지, 자세가 무너지는지 살펴야 합니다. ‘움직이면 무조건 풀린다’며 통증을 참고 강도를 올리는 것은 회복을 확인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통증이 심하거나 부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운동을 중단하고 평가를 받습니다.
편안한 범위에서 움직였더니 잠깐 덜 아프게 느껴지는 것과 근육 기능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다릅니다. 따뜻하게 하거나 마사지를 받은 뒤의 느낌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증이 줄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원래의 최고 중량을 바로 시도하기보다 움직임과 힘이 돌아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회복 방법마다 효과와 적용 조건이 달라 한 가지 처치를 만능으로 권할 수는 없습니다.
식사와 수면을 계속 줄인 채 특별한 음료나 보충제로 통증만 없애려는 접근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회복을 방해할 수 있는 생활 조건부터 돌아보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단백질 섭취량이나 약물 사용을 정하는 처방이 아닙니다. 질환과 복용약이 있다면 회복용 제품을 추가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스트레칭을 하면 다음 날 통증이 없어질까요?
Cochrane의 무작위시험 검토에서는 운동 전후 스트레칭이 건강한 성인의 지연성 근육통을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줄이지 못했습니다. 검토 결과는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통이 반드시 예방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유연성 등 스트레칭의 모든 목적을 평가한 결론과는 다릅니다.
따라서 다음 날 아프다는 이유로 스트레칭을 덜 했다고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강하게 당겨야 젖산이 빠진다는 생각도 맞지 않습니다. 몸을 준비하는 과정과 운동 강도를 서서히 조절하는 계획, 특정 증상에 대한 치료는 서로 다른 일입니다. 심하게 아픈 부위를 억지로 늘리는 행동으로 이 셋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근육통으로 넘기면 안 되는 신호
운동 중 갑자기 생긴 날카로운 통증, 뚜렷한 부종이나 움직임의 제한, 예상보다 심한 통증과 쇠약은 별도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심한 근육통과 함께 차나 콜라처럼 진한 소변이 나타나면 횡문근융해증 가능성을 포함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CDC의 증상 안내는 이런 증상을 무시하지 말라고 설명합니다.
횡문근융해증은 소변 색만으로 확진하거나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증상이 항상 모두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물을 마시고 기다리거나 다음 날까지 운동을 계속하는 방식으로 확인하지 않습니다. 의료진은 증상과 혈액검사 등을 통해 판단합니다. 운동 후 통증이라는 공통점이 있어도 일상적인 DOMS와 같은 대응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는 아픔의 기록을 훈장처럼 모으기보다 익숙하지 않은 자극을 얼마나 늘렸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다음 날의 통증은 젖산을 배출해야 한다는 신호도, 근육 성장량을 알려 주는 성적표도 아닙니다. 어떤 동작을 했는지와 회복 경과를 함께 보고 다음 훈련을 조절하는 정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