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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타고 1등, 쥐약 먹고 우승: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마라톤이 역사상 가장 황당한 경기로 불리는 이유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마라톤에서는 자동차를 얻어 탄 선수가 1등으로 들어오고, 우승자는 경기 중 스트리크닌을 먹었어요. 32명 가운데 14명만 완주한 섭씨 32도의 먼지 레이스, 물 공급소가 한 곳뿐이었던 이유, 사과를 따 먹고 낮잠을 잔 선수 이야기까지 기록으로 확인된 사실만 정리했어요.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마라톤 출발선에 늘어서 설명을 듣는 선수들
출발 직전 설명을 듣는 선수들. 20번이 우승자 토머스 힉스, 3번이 펠릭스 카르바할이에요. · Nathan Lazarnick, New York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알고 보니 중간에 자동차를 타고 왔어요. 실제 우승자는 경기 도중 쥐약 성분인 스트리크닌을 브랜디에 타서 먹었고, 결승선에서는 거의 걷지도 못해 부축을 받았어요. 한 선수는 길가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 먹고 배탈이 나서 낮잠을 잤는데도 4위를 했어요. 1904년 8월 30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제3회 하계 올림픽 마라톤 이야기예요. 지어낸 코미디처럼 들리지만 모두 기록에 남은 일이에요.

오후 3시, 섭씨 32도에 출발한 마라톤

항목기록
날짜1904년 8월 30일 오후 3시
장소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거리24마일 1,500야드(약 40km)
출발 기온화씨 약 90도(섭씨 약 32도)
참가7개국 32명
완주14명
물 공급약 12마일 750야드 지점의 우물 한 곳
우승 기록3시간 28분 53초(토머스 힉스)

출발 시각부터 문제였어요. 한여름 오후 3시, 기온은 화씨 90도, 섭씨로 약 32도였어요. 코스는 먼지가 날리는 시골 흙길이었고 언덕이 이어졌어요. 심판과 관계자들이 탄 자동차가 선수들 옆을 오가며 먼지를 일으켰고, 선수들은 마차와 전차, 기차,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까지 피해 가며 달려야 했어요. 거리도 지금의 42.195km가 아니라 약 40km였어요. 마라톤 거리가 42.195km로 정해진 것은 이보다 뒤의 일이에요.

32명이 출발해 14명만 들어왔어요. 절반이 넘는 선수가 도중에 포기했어요. 우승 기록 3시간 28분 53초는 올림픽 마라톤 역사에서 가장 느린 우승 기록이에요. 두 번째로 느린 우승 기록보다도 정확히 29분이 느려요.

경기는 경기장 트랙을 다섯 바퀴, 약 1.67마일 도는 것으로 시작해 시골길로 이어졌어요. 비에 길이 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코스는 막판에 바뀌었어요. 출발 시각도 하루 중 가장 더운 때였어요. 이 대회는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 기간에 함께 열렸어요.

물 공급소가 한 곳뿐이었던 이유

이 더위에 코스 전체에서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은 중간 지점인 약 12마일 750야드 지점의 우물 하나뿐이었어요. 대회 주요 조직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제임스 설리번이 다른 급수대를 일부러 두지 않았어요. 그는 '의도적인 탈수'를 연구하고 있었다고 말했어요. 선수들이 물을 덜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보겠다는 것이었어요. 오늘날 마라톤 대회가 5km마다 급수대를 두는 것과 견주면 상상하기 어려운 조건이에요.

결과는 참혹했어요. 미국의 윌리엄 가르시아는 코스 위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어요. 심판 차량이 일으킨 먼지를 들이마셔 심한 내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고, 그는 완주하지 못했어요.

1등으로 들어온 선수는 자동차를 탔어요

가장 먼저 경기장에 들어온 사람은 미국의 프레드 로즈였어요. 기록은 3시간 13분이었어요. 관중은 환호했고 그는 우승자로 대접받을 뻔했어요. 그런데 사실이 드러났어요. 로즈는 9마일 지점에서 근육 경련으로 경기를 포기하고 자동차를 얻어 타고 경기장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 차가 19마일 지점에서 고장 나자 다시 내려서 달리기 시작했고, 그대로 결승선을 가볍게 뛰어 통과했어요.

1904년 올림픽 마라톤에서 자동차를 타고 간 프레드 로즈를 풍자한 만화
프레드 로즈의 반칙을 풍자한 당시의 만화. 작가는 알려져 있지 않아요. · 작자 미상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로즈는 처음에 미국 아마추어 체육 연맹(AAU)으로부터 영구 출전 정지를 받았어요. 이 징계는 1905년 2월 19일 6개월로 줄었고, 그는 바로 그해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어요.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발로 달렸어요.

우승자는 경기 중 스트리크닌을 먹었어요

공식 우승자는 미국의 토머스 힉스예요. 그런데 그의 레이스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힉스가 지쳐 가자 트레이너들은 스트리크닌을 브랜디와 달걀흰자에 섞어 먹였어요. 스트리크닌은 쥐약으로 쓰이는 독성 물질인데, 적은 양은 신경을 자극한다고 여겨져 당시에는 흥분제처럼 쓰였어요. 이것이 근대 올림픽에서 기록으로 남은 가장 이른 경기력 향상 약물 사용 사례로 꼽혀요.

막판의 힉스는 제대로 걷지 못했고 환각 증세까지 보였어요. 결승선은 부축을 받아 넘었어요. 경기 동안 몸무게가 8파운드, 약 3.6kg 줄었어요. 오늘날이라면 즉시 실격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금지 약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1904년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토머스 힉스가 결승 후 자동차에 앉아 쉬는 모습
결승선을 통과한 뒤 자동차에 앉아 쉬는 토머스 힉스와 관계자들. · Jessie Tarbox Beals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스트리크닌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숨지게 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이에요. 이 글의 내용은 역사 기록일 뿐이고, 어떤 경우에도 따라 하거나 섭취해서는 안 돼요. 운동 중 이상 증상이 생기면 바로 멈추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세요.

힉스의 우승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있어요. 역사학자 클레망 장티는 1905년의 보고서들을 근거로 힉스가 자동차의 호위를 받았고 관계자들에게 들려 옮겨졌다며 금메달이 2위 앨버트 코리에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 올림픽 연구 센터는 결과를 다시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고, 공식 순위는 바뀌지 않았어요.

사과를 따 먹고 낮잠 자고 4위

쿠바의 안다린 카르바할의 이야기도 유명해요. 그는 세인트루이스로 오는 길에 뉴올리언스에서 도박으로 돈을 모두 잃고 히치하이크로 겨우 도착했어요. 운동복도 없어서 평상복 바지를 잘라 반바지로 만들어 입고 출발선에 섰어요. 경기 전 40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어요.

달리는 도중 그는 구경꾼에게서 복숭아 두 개를 슬쩍 집어 먹었고, 나중에는 과수원에서 썩은 사과를 따 먹었어요. 사과 때문에 배가 아파 오자 길가에 누워 낮잠을 잤어요. 그리고 일어나서 다시 달려 4위로 들어왔어요. 6마일쯤에서는 급수탑의 물을 마셨다는 기록도 있어요.

1904년 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달리는 쿠바 선수 펠릭스 카르바할
코스를 달리는 쿠바의 안다린(펠릭스) 카르바할. · 작자 미상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이 경기의 이상함이 더 잘 보여요. 자동차를 탄 로즈의 3시간 13분은 공식 우승자 힉스보다 15분 53초 빨랐어요. 힉스와 2위 코리의 차이는 5분 59초, 코리와 3위 뉴턴의 차이는 12분 41초였어요. 위키백과의 결과표에는 3위까지만 기록이 남아 있어요.

올림픽에 출전한 첫 아프리카 흑인 선수들

이 경기에는 남아프리카에서 온 츠와나족 렌 타우와 얀 마시아니도 출전했어요. 두 사람은 올림픽에 출전한 첫 흑인 선수로 기록돼 있어요. 제2차 보어 전쟁 때 전령으로 일했던 이들은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의 남아프리카 전시관 일로 미국에 와 있었어요. 렌 타우는 9위를 했는데, 도중에 개에게 쫓겨 1마일가량 코스를 벗어나는 바람에 순위가 밀렸다고 전해져요. 얀 마시아니는 12위였어요. 두 사람 모두 맨발로 뛰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진에는 마시아니가 신발을 신은 모습이 남아 있어요. 당시 두 사람은 츠와나족이었는데도 줄루족으로 소개되기도 했어요.

1904년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한 남아프리카의 얀 마시아니와 렌 타우
얀 마시아니(36번)와 렌 타우(35번). · Jessie Tarbox Beals ·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1904년 마라톤 상위 10명

순위선수나라기록
1토머스 힉스미국3:28:53
2앨버트 코리미국3:34:52
3아서 뉴턴미국3:47:33
4안다린 카르바할쿠바기록 없음
5디미트리오스 벨룰리스그리스기록 없음
6데이비드 닐랜드미국기록 없음
7해리 브롤리미국기록 없음
8시드니 해치미국기록 없음
9렌 타우니아네(렌 타우)남아프리카기록 없음
10크리스토스 제쿠리티스그리스기록 없음
실격프레드 로즈미국3:13:00

2위 앨버트 코리의 국적도 깔끔하지 않아요. 그는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미국에 온 프랑스 이민자였어요. 기록마다 그를 미국 선수로 올리기도 하고, 다른 종목에서는 여러 나라가 섞인 팀의 일원으로 올리기도 해요. 앞에서 본 역사학자 클레망 장티가 금메달 주인으로 지목한 사람이 바로 코리예요. 4위부터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도 이 대회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됐는지 보여 줘요.

숫자로 다시 보는 1904년 마라톤

기록을 미터법으로 바꿔 보면 이 경기가 얼마나 가혹했는지 실감이 나요. 화씨 90도는 섭씨 32.2도예요. 24마일 1,500야드는 약 40km이고, 우물이 있던 12마일 750야드는 약 20km 지점이에요. 출발해서 20km를 달리는 동안 물을 마실 곳이 없었다는 뜻이에요. 힉스가 잃은 8파운드는 약 3.6kg인데, 몸무게의 상당 부분이 땀으로 빠져나간 셈이에요. 3시간 28분 53초에 40km를 달렸다면 평균 속도는 시속 약 11.5km예요. 32명이 출발해 14명이 들어왔으니 완주율은 약 44%예요.

세인트루이스 마라톤은 근대 올림픽 초기가 얼마나 어설펐는지 보여 주는 장면으로 자주 언급돼요. 동시에 이 경기의 문제점들, 곧 무더위 속 경기, 부족한 급수, 약물, 코스 관리는 이후 마라톤 운영 규칙이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하나씩 손을 보게 된 주제들이기도 해요. 오늘 마라톤 대회 코스에 놓인 급수대 하나하나가 그 시행착오 뒤에 있어요.

무더운 날 장거리 달리기는 열사병과 탈수 위험이 커요. 기온이 높은 날에는 운동 강도를 낮추고 물을 자주 마시며,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생기면 바로 멈추세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