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창가에 앉아 있으면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스며드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창문은 분명 꼭 닫혀 있는데 커튼이 살랑거리고, 손을 창틀 가까이 대 보면 찬 공기가 솔솔 새어 들어오죠. 이게 바로 외풍이에요. 난방을 아무리 세게 틀어도 발밑이 시리고 난방비만 올라가는 원인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겨울이 오면 풍지판, 문풍지, 틈막이 테이프를 사서 붙이는 집이 많아요. 오늘은 창문 외풍이 어디서 생기는지, 창호 기밀성 등급이 무엇인지, 그리고 풍지판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숫자와 함께 알아볼게요.
외풍은 창틀의 움직이는 틈에서 생겨요
우리나라 아파트에 흔한 미서기창은 창짝이 레일 위를 좌우로 미끄러지며 열리는 구조예요. 움직여야 하니 창짝과 창틀, 두 창짝이 겹치는 부분 사이에는 반드시 틈이 있어요. 이 틈을 모헤어라는 털 모양 틈막이와 고무 패킹이 막아 주는데, 모헤어는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기보다 흐름을 줄여 주는 역할이라 어느 정도의 공기는 새어 들어와요. 창짝 위아래 레일 부분, 두 창짝이 만나는 가운데 세로 부분, 그리고 창틀 모서리가 대표적인 외풍 통로예요. 오래된 창일수록 모헤어가 닳고 창짝이 처져 틈이 커져요.
창을 여닫는 방식에 따라서도 외풍이 달라요. 창짝을 안쪽으로 당겨 창틀에 눌러 닫는 여닫이창이나 틸트앤턴 창은 닫을 때 고무 패킹이 창틀에 꽉 눌려 붙기 때문에 미서기창보다 기밀성이 높은 편이에요. 반면 미서기창은 창짝이 레일 위에서 움직여야 하므로 구조적으로 틈을 완전히 없애기 어려워요. 요즘은 닫을 때 창짝을 창틀 쪽으로 밀착시키는 잠금 장치나 이중 모헤어를 적용해 미서기창의 기밀성을 높인 제품도 많아요.
외풍을 부추기는 힘: 바람과 굴뚝 효과
틈이 있다고 늘 바람이 들어오는 건 아니에요. 공기가 틈을 통과하려면 안팎의 압력 차가 있어야 해요. 첫 번째 힘은 바깥바람이에요. 바람이 건물에 부딪히면 바람을 맞는 쪽 벽은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쪽은 낮아져요. 그래서 겨울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는 창에서 외풍이 특히 심해요. 두 번째 힘은 굴뚝 효과예요. 겨울에는 실내가 바깥보다 따뜻해서, 따뜻하고 가벼운 실내 공기가 건물 위쪽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아래쪽으로는 차가운 바깥 공기가 빨려 들어와요. 고층 아파트의 저층일수록 이 효과로 외풍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같은 창문이라도 바람이 센 날, 한파가 심한 날에 외풍이 유난히 강하게 느껴져요. 틈의 크기는 같아도 틈을 밀어붙이는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외풍을 줄이려면 압력 차를 줄이거나, 틈 자체를 줄여야 해요. 우리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주로 두 번째, 틈을 줄이는 쪽이에요.
창호 기밀성 등급은 무엇을 재는 걸까요?
창호를 살 때 보는 성능 지표 중 하나가 기밀성이에요. 기밀성 시험은 창을 시험 장치에 설치하고, 창 안팎에 일정한 압력 차를 걸었을 때 창을 통해 새어 나가는 공기의 양을 측정해요. 새는 공기 양을 창 면적당 시간당 세제곱미터로 나타내고, 적을수록 기밀성이 높아요. 우리나라 창호 규격에서는 이 값에 따라 기밀성을 여러 등급으로 나누고, 1등급이 가장 공기가 적게 새는 창이에요. 또 창세트는 단열 성능과 기밀성을 함께 평가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매겨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기밀성 등급이 창호 제품 자체의 구조와 제작 품질로 결정되는 성능이라는 거예요. 창틀과 창짝의 설계, 패킹의 형태와 위치, 잠금 장치의 밀착력이 등급을 좌우하죠. 그래서 풍지판이나 문풍지를 붙인다고 기존 창의 등급이 1등급으로 바뀌지는 않아요. 풍지판은 닳은 부분이나 구조적으로 틈이 큰 부분을 보완해 외풍을 줄여 주는 보조 수단이에요. 원래 기밀성이 낮은 창이라도 풍지판으로 체감 외풍을 상당히 줄일 수는 있지만, 등급이라는 공식 성능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틈새 바람은 난방비를 얼마나 올릴까요?
외풍으로 들어온 차가운 공기는 실내에서 데워진 뒤 결국 다른 틈으로 빠져나가요. 그만큼의 공기를 계속 데우는 데 난방 에너지가 들어요. 계산은 간단해요. 공기 1세제곱미터의 무게는 약 1.2kg이고, 1kg을 1°C 데우는 데 약 1,005줄이 필요해요. 거실 창에서 시간당 20세제곱미터의 공기가 새어 들어오고, 바깥 0°C 공기를 실내 20°C로 데워야 한다면, 필요한 열은 20 × 1.2 × 1,005 × 20 ÷ 3,600 ≈ 134W예요. 전기히터 한 대를 약하게 계속 켜 두는 것과 비슷한 양이에요.
하루 24시간이면 약 3.2kWh, 한 달이면 약 96kWh에 해당하는 열이에요. 가스보일러 효율과 요금 체계에 따라 금액은 달라지지만, 창 하나의 틈새 바람만으로도 겨울 동안 꽤 많은 에너지가 새어 나간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풍지판과 틈막이로 이 누기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그만큼 난방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에요. 게다가 외풍이 줄면 창가의 차가운 기류가 사라져, 같은 설정 온도에서도 훨씬 따뜻하게 느껴져요. 이 숫자는 가정한 조건의 예시이고, 실제 누기량은 창 상태와 바람, 층수에 따라 크게 달라요.
| 틈새 누기량(시간당) | 실내외 온도 차 20°C일 때 열손실 | 하루 열손실(약) |
|---|---|---|
| 10m³ | 약 67W | 1.6kWh |
| 20m³ | 약 134W | 3.2kWh |
| 40m³ | 약 268W | 6.4kWh |
풍지판과 틈막이, 이렇게 붙이세요
풍지판은 보통 미서기창의 두 창짝이 겹치는 세로 부분이나 창짝 위아래 레일 틈에 붙이는 얇은 플라스틱·고무 날개 모양의 부품이에요. 창짝이 움직여도 날개가 휘어지며 틈을 덮어 공기 흐름을 막아요. 문풍지는 창틀이나 문틀 가장자리에 붙이는 스펀지나 고무 테이프로, 닫았을 때 눌리며 틈을 메워요. 어느 쪽이든 붙이기 전에 표면을 깨끗이 닦고 완전히 말려야 잘 붙어요. 먼지나 기름기가 남아 있으면 금방 떨어지거든요.
- 먼저 외풍이 들어오는 위치를 찾아요. 촛불이나 향을 창틀 가까이 대고 불꽃·연기가 흔들리는 곳이 틈이에요. 불은 커튼과 떨어뜨려 조심히 다뤄요.
- 창틀과 레일의 먼지를 청소기와 젖은 천으로 제거하고 완전히 말려요.
- 창짝이 겹치는 세로 틈에는 풍지판을, 레일 쪽 틈에는 레일용 틈막이를 붙여요.
- 창을 여닫아 보며 너무 빡빡하지 않은지, 잠금이 잘 되는지 확인해요.
- 닳은 모헤어가 원인이라면 풍지판보다 모헤어 교체가 먼저예요.
풍지판을 붙일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너무 두껍거나 딱딱한 제품을 써서 창이 잘 닫히지 않게 만드는 거예요. 창이 끝까지 닫히지 않으면 잠금 장치가 제대로 물리지 않아 오히려 틈이 커질 수 있어요. 또 배수 구멍이나 레일의 물길을 막으면 빗물이 빠지지 못해 실내로 넘칠 수 있으니, 물이 흐르는 길은 반드시 남겨 두세요. 시중의 뽁뽁이(단열 에어캡)는 유리면의 단열을 조금 높여 주지만 틈새 외풍과는 다른 문제라, 두 가지를 함께 쓰면 효과가 좋아요.
창문 말고도 외풍이 들어오는 곳
창문 틈을 막았는데도 집이 춥다면 다른 통로를 찾아보세요. 현관문 아래와 문틀 가장자리, 베란다로 나가는 문, 에어컨 배관이 벽을 통과하는 구멍, 콘센트와 스위치 뒤쪽이 흔한 외풍 통로예요. 에어컨 배관 구멍은 설치할 때 퍼티로 메우는데, 시간이 지나 퍼티가 굳고 갈라지면 바깥 공기가 그대로 들어와요. 외벽 쪽 콘센트는 벽 속 빈 공간과 연결되어 있어 찬 공기가 스며들기도 해요. 향 연기를 이런 곳 가까이 대 보면 공기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요. 틈이 보이면 전용 실링재나 콘센트용 단열 패드로 보완할 수 있어요.
커튼도 훌륭한 외풍 보조 장치예요. 두껍고 바닥까지 닿는 커튼을 치면 창과 커튼 사이에 공기층이 생겨, 창틈으로 들어온 찬 공기가 방 안으로 바로 퍼지지 않고 커튼 뒤에 머물러요. 특히 밤에는 유리창을 통한 복사 냉기까지 막아 체감 온도를 높여 줘요. 다만 커튼이 라디에이터나 난방 기기를 가리면 따뜻한 공기가 커튼 뒤로 빠져 창 쪽으로 새어 나갈 수 있으니 배치에 신경 써 주세요. 낮에는 커튼을 열어 햇빛을 들이면 공짜 난방 효과도 얻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외풍 대책은 가장 큰 틈부터 막는 게 효율적이에요. 공기는 저항이 가장 작은 길로 흐르기 때문에, 작은 틈 여러 개를 막아도 큰 틈 하나가 남아 있으면 효과가 크지 않아요. 향 연기 테스트로 가장 크게 흔들리는 곳을 먼저 찾아 막고, 그다음 작은 틈으로 넘어가세요. 바람이 센 날 테스트하면 틈을 훨씬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레인지 후드나 욕실 환풍기를 켜 두면 실내가 약한 음압이 되어 틈으로 들어오는 공기 흐름이 더 뚜렷해져요. 찾은 위치는 사진으로 남겨 두면 다음 겨울 점검 때 비교하기 좋아요.
틈을 다 막으면 결로와 환기가 문제예요
외풍을 막는 건 좋지만, 집을 지나치게 밀폐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예전에는 창틈으로 새는 바람이 의도치 않게 환기 역할을 했는데, 틈을 모두 막으면 실내 습기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갈 길이 줄어들어요. 겨울철 실내 습도가 높아지면 창문과 외벽 모서리에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 위험이 커져요. 그래서 틈새를 막았다면 하루 두세 번 창문을 활짝 열어 짧게 환기하거나, 24시간 환기 설비를 켜 두는 습관을 함께 들여야 해요. 틈새 바람은 조절할 수 없는 환기라면, 짧은 창문 환기는 조절할 수 있는 환기예요.
가스보일러나 가스레인지, 석유난로처럼 연소 기구를 쓰는 공간이라면 더 주의해야 해요. 연소에는 산소가 필요하고, 연소 가스는 밖으로 배출되어야 해요. 실내형 연소 기구를 쓰면서 틈을 모두 막으면 일산화탄소 위험이 커질 수 있으니, 이런 기구 주변의 환기구는 절대 막지 말고, 요리할 때는 레인지 후드를 켜고 환기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풍지판 붙이면 창문 결로가 줄어드나요? A. 외풍으로 창틀이 차가워지는 걸 조금 줄여 줄 수 있지만, 결로는 주로 실내 습도와 유리·창틀 표면 온도에 좌우돼요. 습도 관리가 더 중요해요. Q. 봄이 되면 떼야 하나요? A. 창을 자주 여닫는 계절에는 풍지판이 마모되거나 떨어질 수 있어요. 문제없다면 두어도 되지만 상태를 점검하세요. Q. 창호를 바꾸는 게 나을까요? A. 창이 오래되어 창짝이 처지고 틈이 크다면 교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에요. 교체 시 기밀성과 단열 등급을 함께 확인하세요.
정리하면, 창문 외풍은 미서기창의 움직이는 틈과 닳은 모헤어 사이로 바람과 굴뚝 효과의 압력이 공기를 밀어 넣어 생겨요. 창호 기밀성 등급은 제품 자체의 누기량으로 매기는 성능이라 풍지판을 붙인다고 등급이 바뀌진 않지만, 틈을 보완해 체감 외풍과 난방 손실을 줄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돼요. 창 하나의 틈새 바람도 겨울 내내 수십 kWh의 열을 빼앗을 수 있으니, 틈을 찾아 막고 짧은 환기로 습기를 관리하는 균형을 잡아 보세요. 따뜻하면서도 상쾌한 겨울 집을 만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