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카드라고 하면 고대 이집트의 신비한 지혜나 집시의 점술을 떠올리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기록으로 확인되는 타로의 역사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해요. 타로는 15세기 이탈리아 북부의 귀족들이 즐기던 카드 게임이었어요. 점을 치는 데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300년도 더 지난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였고요. 놀이용 카드가 어떻게 점술 도구가 되었는지, 지금 우리가 쓰는 그림은 언제 누가 그렸는지, 타로 카드의 유래와 역사를 차례대로 따라가 볼게요.
타로 카드 역사 한눈에 보기
| 시기 | 장소 | 일어난 일 |
|---|---|---|
| 14세기 후반 | 유럽 | 네 무늬의 놀이 카드가 유럽에 들어와 퍼짐 |
| 1440년대 | 이탈리아 북부 | 놀이 카드에 으뜸패를 더한 타로 덱이 등장 |
| 15세기 중반 | 밀라노 | 비스콘티·스포르차 가문을 위한 호화로운 손그림 덱 제작 |
| 16~18세기 | 프랑스·스위스 등 | 목판 인쇄로 대중화, 마르세유 양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음 |
| 1781년 | 프랑스 | 쿠르 드 제블랭이 타로의 이집트 기원설을 발표 |
| 1780년대 | 프랑스 | 에틸라가 타로 점술 해설서와 점술 전용 덱을 냄 |
| 19세기 | 프랑스·영국 | 엘리파스 레비와 황금여명회가 타로를 신비주의와 연결 |
| 1909년 | 런던 | 웨이트와 파멜라 콜먼 스미스의 덱 출간 |
| 20세기 후반 | 미국 등 | 타로가 대중문화와 자기 성찰 도구로 퍼짐 |
놀이 카드가 먼저 있었어요
타로보다 먼저 유럽에 들어온 것은 평범한 놀이 카드예요. 14세기 후반 유럽 여러 도시의 기록에 카드놀이가 등장하기 시작해요. 연구자들은 이 카드가 이집트 맘루크 왕조에서 쓰던 카드를 본뜬 것으로 봐요. 맘루크 카드에는 잔, 금화, 검, 폴로 채 네 가지 무늬가 있었어요. 이것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잔, 금화, 검, 지팡이가 되었고, 지금 타로의 컵, 펜타클, 소드, 완드로 이어져요. 프랑스에서는 같은 구조가 하트, 다이아몬드, 스페이드, 클로버로 바뀌어 오늘날의 트럼프가 됐어요.
타로에 이집트의 흔적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에요. 고대 이집트의 신비한 지혜가 아니라,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 건너온 놀이 카드의 무늬예요. 네 수트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타로 카드 78장 구성 글에서 표로 정리했어요.
1440년대 이탈리아: 으뜸패가 더해지다
15세기 전반 이탈리아 북부에서 누군가 놀이 카드에 새로운 카드 묶음을 더했어요. 네 무늬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다른 모든 카드를 이기는 그림 카드였어요. 이 카드들을 이탈리아어로 '트리온피(trionfi)'라고 불렀어요. 개선 행진이라는 뜻이에요. 영어의 '트럼프(trump)', 곧 으뜸패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어요. 황제, 교황, 사랑, 죽음, 세계처럼 당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인물과 덕목, 우의화가 그려졌고, 이것이 지금의 메이저 아르카나가 돼요.
지금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타로는 15세기 중반 밀라노에서 만든 비스콘티 스포르차 덱이에요. 밀라노를 다스리던 비스콘티 가문과 스포르차 가문을 위해 금박을 입혀 손으로 그린 카드예요. 인쇄물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그린 미술품에 가까워서 지금은 여러 박물관과 도서관에 나뉘어 보관되어 있어요. 이 카드는 점을 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귀족들이 놀이를 하려고 주문한 사치품이었어요.
16세기 초부터 이 놀이는 '타로키(tarocchi)'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프랑스로 건너가 '타로(tarot)'가 됐어요. 놀이 방식은 지금의 카드 게임과 비슷해요. 돌아가며 카드를 한 장씩 내고, 가장 센 카드를 낸 사람이 그 판의 카드를 가져가요. 으뜸패는 번호가 높을수록 세고, 바보 카드는 번호 없이 특별한 역할을 해요. 이 놀이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프랑스식 타로가 널리 즐기는 카드 게임이고,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도 타로 게임이 남아 있어요.
인쇄술과 마르세유 타로
손으로 그린 카드는 귀족만 가질 수 있었지만, 목판 인쇄가 퍼지면서 타로는 평민들의 놀이가 됐어요. 17~18세기에 프랑스와 스위스의 카드 제작자들이 찍어 낸 덱의 그림 양식이 차츰 굳어졌고, 이를 마르세유 타로라고 불러요. 굵은 선에 빨강, 파랑, 노랑을 칠한 단순한 그림이에요. 이 양식에서 숫자 카드는 지금의 트럼프처럼 무늬만 그려져 있어요. 컵 5라면 잔 다섯 개가 놓여 있을 뿐, 사람이나 장면은 없어요.
1781년: 이집트 기원설이 나오다
타로가 점술 도구로 바뀐 계기는 한 사람의 주장이었어요. 프랑스의 학자 앙투안 쿠르 드 제블랭은 1781년에 낸 책에서 타로가 고대 이집트 사제들의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주장했어요. 사제들이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그림으로 숨겨 카드에 남겼고, 그것이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이야기였어요. 당시 유럽에는 이집트에 대한 동경이 컸고, 이 주장은 빠르게 퍼졌어요.
하지만 이 주장에는 근거가 없었어요. 이집트 상형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40여 년 뒤인 1822년, 샹폴리옹이 로제타석을 해독하면서부터예요. 쿠르 드 제블랭은 이집트 글자를 한 글자도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집트 기원을 말한 거예요. 그 뒤 이집트 유물과 기록이 쏟아져 나왔지만 타로와 닮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반면 15세기 이탈리아에서 타로가 놀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기록은 계속 확인됐어요.
비슷한 시기에 에틸라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장바티스트 알리에트가 카드 점술을 직업으로 삼았어요. 그는 1780년대에 타로로 점을 치는 방법을 책으로 냈고, 점술만을 위해 새로 디자인한 덱도 만들었어요. 놀이를 위한 카드가 아니라 점을 치기 위한 타로가 처음 나온 거예요. 카드가 뒤집혀 나왔을 때의 뜻을 따로 붙이는 방식도 이 무렵 자리를 잡았어요. 역방향 해석에 대해서는 타로 역방향 읽는 법 글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19세기: 신비주의와 만나다
19세기에 들어 프랑스의 엘리파스 레비는 으뜸패 22장을 히브리 문자 22자와 짝지었어요. 타로를 유대 신비주의인 카발라와 연결한 거예요. 우연히 숫자가 같았던 것이지만, 이 연결은 그 뒤의 타로 해석에 큰 영향을 줬어요. '메이저 아르카나', '마이너 아르카나'라는 이름도 이 시기 프랑스에서 붙었어요. 그 전까지 22장은 그냥 으뜸패였어요.
1888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황금여명회는 타로에 점성술, 네 원소, 카발라를 엮어 하나의 체계로 정리했어요. 완드는 불, 컵은 물, 소드는 공기, 펜타클은 흙이라는 대응이 널리 쓰이게 된 것도 이 흐름에서예요. 지금 우리가 타로 풀이에서 당연하게 쓰는 규칙의 상당수는 15세기가 아니라 19세기에 만들어진 거예요.
1909년: 지금의 그림이 태어나다
황금여명회 회원이던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는 새 덱을 기획하고, 같은 모임의 화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에게 그림을 맡겼어요. 이 덱은 1909년 런던의 출판사 윌리엄 라이더 앤드 선에서 나왔어요. 출판사와 기획자의 이름을 따 흔히 라이더-웨이트 덱이라고 부르지만, 그림을 그린 스미스의 이름을 넣어 웨이트-스미스 덱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늘었어요. 스미스는 78장을 반년 남짓한 기간에 그렸다고 전해져요.
이 덱이 바꾼 것은 숫자 카드였어요. 마르세유 타로에서는 무늬만 그려져 있던 40장에 스미스는 한 장 한 장 장면을 그려 넣었어요. 컵 5에는 쓰러진 잔을 내려다보는 검은 망토의 사람이, 소드 3에는 검 세 자루에 꿰뚫린 심장이, 펜타클 5에는 눈 내리는 밤 교회 창 아래를 지나가는 두 사람이 생겼어요. 숫자 카드에 장면을 넣은 덱은 15세기 말의 솔라 부스카 덱이 먼저였고, 스미스가 이 덱의 사진을 참고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림이 생기자 책을 외우지 않아도 그림을 보고 뜻을 떠올릴 수 있게 됐어요. 타로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카드가 된 거예요.
웨이트는 덱과 함께 해설서 『타로의 그림 열쇠』를 냈고, 여기에 카드마다 정방향과 역방향의 뜻을 실었어요. 지금 나오는 타로 덱과 해설의 대부분은 이 1909년 덱의 그림과 해석을 바탕으로 해요. 1909년에 나온 원화는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나 퍼블릭 도메인이 됐어요. 이 사이트의 타로 도구에서 쓰는 카드 그림도 그 원화의 스캔본이에요.
20세기 이후: 점술에서 자기 성찰로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타로가 대량으로 출판되면서 대중문화로 퍼졌어요. 이 무렵부터 타로를 미래를 맞히는 도구보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도구로 쓰는 흐름이 커졌어요. 카드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방식이에요. 수천 가지 덱이 새로 그려졌고,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카드를 뽑는 시대가 됐어요. 600년 전 귀족의 놀이였던 카드가 점술 도구를 거쳐 다시 가볍게 즐기는 콘텐츠로 돌아온 셈이에요.
타로에 관한 흔한 오해 4가지
| 흔한 이야기 | 기록으로 확인되는 사실 |
|---|---|
| 타로는 고대 이집트에서 왔다 | 15세기 이탈리아 북부에서 놀이용으로 만들어졌어요. 이집트 기원설은 1781년에 근거 없이 나온 주장이에요. |
| 집시가 유럽에 타로를 들여왔다 | 타로를 만든 사람들은 이탈리아의 귀족과 카드 제작자예요. 집시와 타로를 잇는 이야기는 19세기에 덧붙었어요. |
| 타로는 처음부터 점술 도구였다 | 처음 300년 넘게는 카드 게임이었고, 점술에 쓰인 것은 18세기 후반부터예요. |
| 트럼프 카드는 타로에서 나왔다 | 순서가 반대예요. 네 무늬의 놀이 카드가 먼저 있었고, 거기에 으뜸패를 더한 것이 타로예요. |
자주 묻는 질문
'타로'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이탈리아어 '타로키(tarocchi)'가 프랑스어로 넘어가 '타로(tarot)'가 됐어요. 타로키라는 말의 어원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이집트어나 히브리어에서 왔다는 설명이 돌아다니지만 뒷받침하는 기록은 없어요.
가장 널리 쓰이는 타로 덱은 무엇인가요?
1909년에 나온 웨이트-스미스 덱이에요. 지금 판매되는 덱의 상당수가 이 덱의 구도와 상징을 따라 다시 그린 것이에요. 그보다 오래된 양식으로는 마르세유 타로가 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꾸준히 쓰여요.
역사를 알면 타로를 볼 때 뭐가 달라지나요?
카드를 대하는 마음이 가벼워져요. 타로가 신비한 힘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놀이로 만들고 이야기를 덧붙여 온 카드라는 걸 알면, 무서운 카드에 겁먹을 이유가 줄어들어요. 타로가 왜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지는 타로가 맞는 심리학적 이유 글에서 다뤘어요.
놀이에서 시작해 이야기가 쌓인 카드
타로 카드의 유래를 줄이면 이래요. 14세기 후반 유럽에 놀이 카드가 들어왔고, 1440년대 이탈리아에서 거기에 으뜸패를 더한 타로가 만들어졌어요. 300년 넘게 카드 게임으로 쓰이다가 1781년 이집트 기원설을 계기로 점술 도구가 됐고, 19세기 신비주의자들이 원소와 문자, 별자리를 엮어 해석 체계를 만들었어요. 1909년 파멜라 콜먼 스미스가 78장 모두에 장면을 그려 넣으면서 누구나 그림으로 읽을 수 있는 카드가 됐고요. 그 1909년의 그림을 타로 카드 78장 뜻 사전에서 한 장씩 볼 수 있어요. 오늘의 타로에서 카드를 뽑아, 100년도 더 된 그림 속에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