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이나 욕실 선반에 하나씩 두는 리드 디퓨저는 전기도 불도 쓰지 않아요. 병에 향 오일을 붓고 가느다란 막대 몇 개를 꽂아 두면 며칠 뒤부터 은은한 향이 퍼지죠. 막대가 오일을 빨아올리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꽂아 둔 스틱 윗부분이 오일에 젖어 색이 짙어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이 현상이 바로 모세관 현상이에요. 식물이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데도, 휴지가 흘린 물을 빨아들이는 데도 같은 원리가 작동해요. 스틱 속 통로의 굵기에 따라 오일이 얼마나 높이,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지 계산해 보면, 향이 약해졌을 때 스틱을 뒤집으라는 조언이 왜 효과가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어요.
모세관 현상: 가는 관 속 액체가 스스로 올라가는 이유
액체 분자끼리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액체와 고체 표면 사이에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액체가 관 벽을 잘 적시는 경우, 즉 액체와 벽 사이의 인력이 액체 분자끼리의 인력보다 충분히 강하면 액체는 벽을 타고 올라가려 해요. 관이 가늘면 벽에 닿는 둘레에 비해 끌어올려야 할 액체의 무게가 작아서, 액체 기둥이 눈에 띄게 높이 올라가요. 모세관 현상 설명처럼 올라가려는 힘과 액체 기둥의 무게가 같아지는 높이에서 멈춰요.
이 평형 높이는 쥐랭의 법칙으로 계산해요. 높이 h는 2γcosθ를 ρgr로 나눈 값이에요. γ는 액체의 표면장력, θ는 액체가 벽과 만나는 접촉각, ρ는 액체의 밀도, g는 중력가속도, r은 관의 반지름이에요. 식에서 보듯 반지름 r이 분모에 있어서, 관이 절반으로 가늘어지면 올라가는 높이는 두 배가 돼요. 벽을 완전히 적시는 액체라면 접촉각이 0에 가까워 cosθ는 1로 볼 수 있어요.
물과 알코올로 직접 계산해 보면
디퓨저 오일은 향료를 녹이기 위해 에탄올이나 글리콜 에터 같은 용제를 섞어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제품마다 배합이 다르니, 대표로 물과 에탄올을 넣어 계산해 볼게요. 20℃ 물의 표면장력은 약 72.8mN/m, 밀도는 약 998kg/m³이고, 에탄올은 표면장력 약 22.4mN/m, 밀도 약 789kg/m³이에요. 접촉각은 0으로 두었어요. 벽을 완전히 적신다고 가정한 계산이라 실제 높이는 이보다 낮을 수 있어요.
| 관의 반지름 | 물이 오르는 높이 | 에탄올이 오르는 높이 |
|---|---|---|
| 0.5mm | 약 3.0cm | 약 1.2cm |
| 0.05mm(50μm) | 약 30cm | 약 12cm |
| 0.01mm(10μm) | 약 1.5m | 약 58cm |
반지름이 0.5mm인 관에서는 에탄올이 1cm 남짓밖에 오르지 못하지만, 관이 50μm로 가늘어지면 12cm 가까이, 10μm라면 이론상 50cm를 넘게 올라가요. 예를 들어 병 속 오일 수면에서 스틱 끝까지가 15cm라면, 오일이 끝까지 닿으려면 스틱 속 통로가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훨씬 가늘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에탄올이 물보다 낮게 오르는 건 표면장력이 물의 3분의 1 정도로 작기 때문이에요. 단위가 헷갈리면 길이 변환기로 mm와 μm, cm를 바꿔 보세요.
가늘수록 높이 오르지만, 대신 느려져요
그렇다면 통로는 무조건 가늘수록 좋을까요? 오르는 높이만 보면 그렇지만, 속도는 반대예요. 액체가 가는 관을 따라 흐르면 벽과의 마찰, 즉 점성 저항이 커져요. 모세관 속으로 액체가 스며드는 속도를 나타내는 워시번 식에 따르면, 중력을 무시할 때 액체가 스며든 거리의 제곱은 표면장력과 관 반지름, 시간에 비례하고 점도에 반비례해요. 같은 시간 동안 스며드는 거리가 반지름의 제곱근에 비례한다는 뜻이라, 관이 가늘면 최종 높이는 높아도 거기까지 가는 속도는 느려져요.
디퓨저에서 이 두 성질은 균형을 이뤄야 해요. 통로가 너무 굵으면 오일이 스틱 윗부분까지 오르지 못하고, 너무 가늘면 끌어올리는 속도가 느려 스틱 윗부분에서 증발하는 양을 따라가지 못해요. 오일의 점도도 중요해요. 향료 농도가 높아 끈적한 오일은 같은 스틱에서도 더 천천히 올라가요. 스틱 종류와 오일 배합에 따라 향의 세기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예요.
향은 스틱 윗부분에서 증발하며 퍼져요
디퓨저의 향은 병 입구에서가 아니라 공기 중에 드러난 스틱 표면에서 나와요. 모세관 현상으로 올라온 오일이 스틱 윗부분 표면에 넓게 퍼지고, 거기서 용제와 향 성분이 증발하면서 방 안에 퍼지는 구조예요. 스틱이 오일을 끌어올리는 속도와 표면에서 증발하는 속도가 맞아떨어지면 향이 일정하게 유지돼요. 그래서 스틱 개수를 늘리면 증발하는 표면적이 늘어 향이 강해지고, 개수를 줄이면 약해져요. 향의 세기를 조절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해 볼 수 있는 방법이에요. 대신 스틱을 많이 꽂을수록 오일도 그만큼 빨리 줄어요.
주변 환경도 증발 속도를 바꿔요. 온도가 높으면 분자가 더 활발하게 움직여 증발이 빨라지고, 바람이 드는 곳에서는 스틱 표면의 향기 섞인 공기가 계속 쓸려 나가 새 증발이 일어나요. 에어컨 바람이 바로 닿거나 햇볕이 드는 창가에 둔 디퓨저가 유난히 빨리 줄어드는 이유예요.
라탄 스틱과 섬유 스틱의 차이
디퓨저 스틱은 크게 라탄 같은 식물 줄기로 만든 것과 합성 섬유를 묶어 만든 것으로 나뉘어요. 라탄 설명처럼 라탄은 덩굴성 야자나무 줄기로, 줄기 안에 물을 나르던 관다발 통로가 길이 방향으로 이어져 있어요. 이 자연의 가는 관들이 디퓨저 오일의 통로가 돼요. 통로가 막힘 없이 한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는 점이 스틱 재료로서 중요한 조건이에요. 가운데가 비고 마디마다 막혀 있는 대나무 줄기와는 구조가 달라요.
섬유 스틱은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 섬유 가닥을 다발로 묶어 굳힌 막대예요. 섬유 가닥 사이의 좁은 틈이 모세관 역할을 해요. 인공적으로 만들어 통로 굵기가 비교적 고르고, 라탄보다 오일을 빨리 끌어올리는 제품이 많아요. 향을 빨리 퍼뜨리고 싶을 때는 유리하지만, 그만큼 오일 소모도 빠를 수 있어요. 어느 쪽이 더 좋다기보다 오일과 짝을 맞춰 설계된 것을 쓰는 게 좋아요. 제품에 들어 있는 스틱을 그대로 쓰는 게 무난한 이유예요.
향이 약해지면 스틱을 뒤집어 주세요
처음엔 향이 좋다가 몇 주 지나면 오일이 남아 있는데도 향이 약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오일에는 빨리 날아가는 성분과 잘 날아가지 않는 성분이 섞여 있어요. 스틱 윗부분에서 가벼운 성분이 먼저 증발하면, 무겁고 끈적한 성분이 표면과 통로 입구에 점점 남아요. 여기에 공기 중 먼지까지 달라붙으면 통로가 좁아지거나 막혀 오일이 잘 올라오지 않고, 표면에서 증발할 성분도 줄어요.
이때 스틱을 뽑아 위아래를 뒤집어 꽂으면, 오일에 푹 젖어 있던 아래쪽 끝이 위로 올라와 공기 중에 드러나요. 이 부분은 증발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통로가 막히지 않은 상태라, 곧바로 향이 다시 살아나요. 뒤집는 주기는 제품 설명서의 안내를 따르면 되는데, 너무 자주 뒤집으면 오일이 빨리 줄어드니 향의 세기를 보며 조절하면 돼요. 뒤집을 때는 오일이 뚝뚝 떨어지니 휴지를 받치고, 가구 표면에 닿지 않게 조심하세요. 용제 성분이 니스나 플라스틱 표면을 상하게 할 수 있어요.
오일이 줄어들수록 향이 약해지는 또 다른 이유
병 속 오일이 절반 아래로 줄어들면 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어요. 스틱 길이는 그대로인데 오일 수면이 내려가면, 오일이 스틱 끝까지 닿기 위해 올라가야 하는 높이가 그만큼 늘어나요. 쥐랭의 법칙이 말하는 평형 높이는 통로 굵기와 오일 성질로 정해지니, 필요한 높이가 이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스틱 윗부분까지 올라오는 오일의 양은 줄어요. 워시번 식으로 보면 올라가야 할 거리가 길어질수록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져요. 그래서 오일이 조금 남았을 때 스틱을 뒤집어도 예전만큼 향이 강하지 않다면, 오일 양 자체가 원인일 수 있어요.
병 입구가 좁은 이유도 여기서 이해할 수 있어요. 오일 표면이 공기에 넓게 드러나 있으면 스틱을 거치지 않고 병 입구에서 바로 증발하는 양이 많아져요. 입구를 좁게 만들면 이 직접 증발을 줄이고, 향을 내는 일을 스틱 표면에 맡겨 오일을 오래 쓸 수 있어요. 스틱을 꽂지 않은 채 뚜껑을 열어 두면 향이 약하게라도 계속 빠져나가니, 쓰지 않을 때는 마개를 닫아 두세요.
생활 속 다른 모세관 현상
모세관 현상은 디퓨저 말고도 곳곳에 있어요. 양초 심지는 녹은 촛농을 모세관 현상으로 끌어올려 불꽃 가까이에서 기화시키고, 키친타월은 섬유 사이의 좁은 틈으로 흘린 물을 순식간에 빨아들여요. 스펀지가 물을 머금는 것, 벽돌 벽 아랫부분이 땅의 습기를 빨아올려 축축해지는 것도 같은 원리예요. 모두 가는 틈과 표면을 적시는 액체가 만나 중력을 거슬러 액체가 이동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오일을 새로 채울 때는 스틱도 바꿔요
뒤집어도 향이 살아나지 않을 만큼 오래 쓴 스틱은 통로 전체가 막혔거나 이전 향이 깊이 배어 있어요. 다른 향의 오일을 새로 채운다면 스틱도 새것으로 바꾸는 게 좋아요. 그대로 쓰면 이전 향과 새 향이 섞여 원래 의도한 향이 나지 않아요. 병 안쪽에 끈적한 잔여물이 남았다면 따뜻한 물과 주방 세제로 씻고 완전히 말린 뒤 새 오일을 부어요. 물기가 남아 있으면 기름 성분과 섞이지 않고 층을 이뤄 스틱이 물을 먼저 빨아들일 수 있어요.
아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집이라면
디퓨저 오일은 마시는 물건이 아니에요. 아이가 삼켰거나 눈에 들어갔다면 억지로 토하게 하지 말고, 제품 용기를 챙겨 곧바로 병원이나 중독 상담 기관에 연락하세요.
- 디퓨저 오일에는 알코올 같은 인화성 용제가 들어 있는 제품이 많아요. 촛불, 가스레인지, 난로 근처에는 두지 마세요.
- 병이 넘어지면 오일이 쏟아져 바닥 코팅이나 가구를 상하게 할 수 있어요. 흔들리지 않는 곳, 아이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두세요.
- 고양이는 일부 에센셜 오일 성분을 잘 분해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반려동물이 스틱이나 쏟아진 오일을 핥지 않게 하고, 이상 증상이 보이면 동물병원에 문의하세요.
- 향에 두통이나 기침이 나는 사람이 있다면 스틱 수를 줄이거나 사용을 멈추고 환기하세요. 향은 좋아도 실내 공기 중 휘발성 물질 농도를 높이는 건 사실이에요.
- 오일이 피부에 묻으면 비누로 씻어 내요. 원액은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어요.
디퓨저 향을 오래 즐기려면
리드 디퓨저는 스틱 속의 아주 가는 통로가 모세관 현상으로 오일을 끌어올리고, 스틱 윗부분 표면에서 향 성분이 증발하며 퍼지는 구조예요. 쥐랭의 법칙에 따라 통로가 가늘수록 오일이 더 높이 오르지만, 워시번 식이 보여 주듯 가늘수록 흐름은 느려져요. 에탄올 기준으로 계산하면 스틱 끝까지 오일이 닿으려면 통로 반지름이 수십 μm 이하여야 해요. 시간이 지나면 잘 날아가지 않는 성분과 먼지가 스틱 윗부분을 막아 향이 약해지는데, 이때 스틱을 뒤집으면 젖어 있던 깨끗한 끝이 위로 올라와 향이 되살아나요. 향의 세기는 스틱 개수로 조절하고, 불씨와 아이·반려동물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까지 기억해 두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