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계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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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확률

머피의 법칙: 내가 선 줄만 느린 것처럼 보이는 통계적 이유

계산대에서 옆줄만 빨리 움직이는 이유를 비교 확률, 대기시간의 변동, 검사 역설로 살펴봅니다. 짧은 줄을 고르는 방법과 줄을 바꿀 때 놓치는 비용도 계산합니다.

마트 계산대에서는 이상하게 옆줄만 빨리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한참 고민해 고른 줄에서 가격 확인이 시작되고, 옮겨 간 줄에서는 결제가 지연됩니다. 이런 날이면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된다’는 머피의 법칙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은 내 불운을 계산하는 자연법칙이 아닙니다. 줄의 실제 처리 속도와 여러 줄을 비교하는 방식, 기다리는 동안 보는 장면을 나누어 살펴보면 느낌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내 줄보다 빠른 줄이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조건이 같은 계산대 세 곳 가운데 한 곳을 무작위로 골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같은 시간 동안 처리할 손님 수에 동률이 없고 세 줄이 대칭적이라면 내 줄이 가장 빠를 확률은 1/3입니다. 내 줄보다 빠른 줄이 적어도 하나 있을 확률은 2/3입니다. 내 줄이 특별히 불리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비교에서 더 빠른 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 마트에서 측정한 비율이 아니라 가정을 단순화한 순위 계산입니다.

계산대가 다섯 곳이면 같은 조건에서 내가 가장 빠른 줄을 고를 확률은 1/5입니다. 다른 네 줄 중 적어도 하나가 더 빠를 확률은 4/5가 됩니다. 그러나 내 줄이 가장 느릴 확률은 여전히 1/5입니다. ‘나보다 빠른 줄이 있다’와 ‘내 줄이 꼴찌다’는 전혀 다른 사건입니다. 우리는 앞질러 가는 손님에게 눈길을 빼앗겨 첫 번째 사건을 두 번째 사건처럼 기억하기 쉽습니다.

이 계산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무작위로 줄을 고르지 않습니다. 바구니가 작은 손님이 있는 곳이나 능숙해 보이는 직원을 찾아갑니다. 어떤 계산대는 환불도 처리하고 다른 계산대는 소량 구매만 받습니다. 이런 차이가 있다면 모든 줄의 순위가 같은 확률이라는 가정은 깨집니다. 2/3이나 4/5를 현실의 고정 확률로 외우기보다 무엇과 무엇을 비교했는지를 확인하는 예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람 수가 같아도 기다리는 시간은 다릅니다

앞에 두 명 있는 A줄과 세 명 있는 B줄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설명을 위해 A줄의 두 사람이 각각 4분씩 걸리고 B줄의 세 사람이 각각 1분씩 걸린다고 정하면 A줄에서는 8분, B줄에서는 3분 뒤 내 차례가 옵니다. 사람 수만 보고 A를 고르면 오히려 5분 더 기다립니다. 아직 계산 중인 손님의 남은 시간과 뒤이어 처리할 업무의 길이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건 수는 단서가 되지만 정확한 시계는 아닙니다. 상품을 찍는 시간 외에도 결제 준비, 포인트 처리, 신분 확인, 가격 조회 같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상품 하나에 가격표 문제가 생기면 물건이 많은 손님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장바구니가 커 보여도 동일 상품이 많고 결제를 바로 마치면 예상보다 빨리 끝납니다. 겉으로 보이는 짧은 줄과 실제로 할 일이 적은 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서비스 시간의 변동도 중요합니다. 모든 손님이 정확히 2분씩 걸리는 계산대와 평균은 2분이지만 때때로 10분 이상 걸리는 계산대는 체감이 다릅니다. 후자는 긴 업무가 시작될 때 뒤에 손님이 쌓이고 그 여파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평균 처리 시간만 같다고 대기시간까지 같아지지는 않습니다. 도착 간격, 창구 수, 처리 시간의 분포, 줄을 공유하는 방식도 함께 작용합니다.

길게 걸리는 업무를 더 자주 마주치는 검사 역설

잠깐 계산대 쪽을 바라볼 때는 오래 걸리는 업무가 눈에 들어올 기회가 많습니다. 가령 한 창구가 1분짜리 업무와 9분짜리 업무를 번갈아 처리하고 쉬는 시간이 없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업무 건수로는 두 종류가 절반씩입니다. 그러나 임의의 시각에 창구를 관찰하면 10분 중 9분을 차지하는 긴 업무를 볼 확률은 90%입니다. 건수를 기준으로 뽑은 표본과 시간을 기준으로 뽑은 표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예에서 내가 도착한 시점이 해당 업무 안에서 균등하게 분포한다고 가정하면 1분 업무의 평균 남은 시간은 0.5분이고 9분 업무는 4.5분입니다. 관찰 확률로 가중하면 평균 남은 시간은 0.1×0.5+0.9×4.5=4.1분입니다. 업무 한 건의 평균 길이인 5분을 단순히 반으로 나눈 2.5분보다 깁니다. 긴 구간에 도착할 가능성까지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 현상은 검사 역설 또는 길이 편향 표집과 연결됩니다. 다만 방금 계산한 4.1분은 지금 진행 중인 업무의 남은 시간입니다. 내 앞에 이미 서 있는 사람들의 처리 시간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마트 전체의 평균 대기시간이라고 부르면 틀립니다. 도착 시점이 무작위라는 가정도 필요합니다. 예약 시간에 맞춰 오는 고객이나 혼잡을 보고 돌아가는 고객이 많다면 다른 모형을 써야 합니다.

한 줄로 서서 빈 창구로 가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은행이나 공항에서는 한 줄로 기다렸다가 먼저 비는 창구로 가는 방식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줄을 각각 운영하면 한쪽 손님은 오래 기다리는 동안 다른 창구가 먼저 비는 불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줄을 공유하면 다음 손님이 빈 창구를 이용할 수 있어 이런 상황을 줄입니다. 어느 줄을 고를지 고민하거나 옆줄의 진행을 계속 비교할 필요도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한 줄 방식이 모든 현장에서 최선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업무 종류와 직원의 자격이 다르면 아무 창구에나 배정할 수 없습니다. 이동 공간이 좁거나 처리 시간이 매우 다른 서비스가 섞이면 별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번호표가 공정하게 호출돼도 안내가 부족하면 사람들은 순서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대기행렬의 운영 효율과 기다림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경험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리처드 라슨의 대기행렬 연구와 MIT 강의 자료는 기다림의 물리적 길이뿐 아니라 공정성이나 안내 같은 경험도 다룹니다. 여기서 ‘지루하면 시간이 길어진다’는 말로 실제 지연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창구가 부족해 30분을 기다리는 문제와, 남은 시간을 몰라 10분을 더 답답하게 느끼는 문제는 해결책이 다릅니다. 안내판만으로 부족한 처리 용량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줄을 바꾸기 전에 남은 비용을 비교합니다

이미 10분을 기다렸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줄에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간 시간은 어느 선택을 하든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판단할 것은 지금부터의 예상 대기시간입니다. 현재 줄에서 3분 뒤 차례가 올 것으로 보이고 다른 줄은 이동과 합류에 1분, 대기에 4분이 예상된다면 현재 줄에 남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현재 창구가 중단되고 다른 줄에 공식적으로 합류할 수 있다면 옮기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예상이 정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잠깐 잘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옮겼는데 다음 손님에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짧은 관찰로 장기 처리 속도를 추정하면 우연에 크게 흔들립니다. 다른 줄에 합류하면서 맨 뒤로 가는 비용도 빠뜨리기 쉽습니다. 줄을 자주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불운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옮길 때마다 내 앞에 새로 생긴 업무를 떠안는 구조는 실제 손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판단에 쓸 수 있는 단서는 정지 원인이 일시적인지, 해당 창구가 어떤 업무를 맡는지, 내 앞에 남은 업무가 어느 정도인지입니다. 직원이 안내한 대기시간이 있다면 잠깐 눈으로 본 속도보다 유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안내도 추정치이므로 반드시 맞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통계는 모든 미래 지연을 예측해 주기보다 어떤 정보가 부족한지를 알려 줍니다.

정말 내 줄이 느린지 확인하는 기록법

반복해서 이용하는 매장이 있다면 불편했던 날만 떠올리는 대신 도착 시간, 앞사람 수, 내 차례가 된 시간을 여러 번 적어 볼 수 있습니다. 비교하려면 같은 시간대와 비슷한 업무 조건을 맞추는 편이 좋습니다. 혼잡한 토요일의 대기와 한산한 평일 오전의 대기를 섞으면 창구 차이와 수요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한 번 빨랐던 직원을 영구히 빠른 직원으로 분류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다른 줄이 더 빨랐는지 확인하려면 내가 합류한 시점에 옆줄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 언제 끝났는지 비교해야 합니다. 이미 계산을 마치려던 사람과 이제 막 합류한 나를 비교하면 당연히 옆줄이 빠릅니다. 다만 사람을 따라다니며 기록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불편을 이해하는 데는 내 대기시간과 매장 안내를 살펴보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은 답답함을 표현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원인을 하나로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실제로 오래 걸리는 줄을 골랐을 수도 있고, 여러 줄 중 가장 빠른 줄만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긴 업무를 우연한 시각에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구조도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또 나만 운이 없다’고 결론짓기 전에 비교 대상을 제대로 골랐는지와 앞으로 남은 대기시간을 따로 생각해 보세요.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