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꺼낸 손전등이 켜지지 않아 뚜껑을 열어 보면, 건전지 끝에 하얗게 피어오른 가루와 초록빛으로 삭은 금속 단자가 보일 때가 있어요. 리모컨, 벽시계, 아이 장난감, 가스레인지 점화 건전지 칸에서도 흔히 생기는 일이에요. 이 하얀 가루를 맨손으로 털어 내는 분들이 많은데, 알고 보면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물질이에요. 알칼리 건전지 속에는 강한 염기인 수산화칼륨 용액이 들어 있고, 이게 새어 나온 흔적이 바로 그 가루거든요. 건전지가 왜 새는지, 가루의 정체는 무엇인지, 어떻게 치우고 어떻게 막는지 순서대로 짚어 봐요.
알칼리 건전지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우리가 가장 흔히 쓰는 AA, AAA 건전지는 대부분 알칼리 건전지예요. 알칼리 건전지 설명에 따르면 음극은 아연, 양극은 이산화망가니즈이고, 둘 사이를 수산화칼륨(KOH) 수용액이 전해질로 채우고 있어요. '알칼리'라는 이름도 이 염기성 전해질에서 왔어요. 새 건전지 한 개의 공칭 전압은 1.5V예요.
건전지를 쓰면 음극의 아연이 수산화 이온과 반응해 산화아연이 되면서 전자를 내놓고, 이 전자가 기기를 거쳐 양극으로 가서 이산화망가니즈를 옥시수산화망가니즈로 바꿔요. 전체 반응식은 아연과 이산화망가니즈, 물이 만나 산화아연과 옥시수산화망가니즈가 되는 형태예요. 수산화칼륨은 이 반응에서 이온이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이라 소모되지 않고 건전지 안에 남아 있어요. 다 쓴 건전지에도 수산화칼륨이 그대로 들어 있다는 뜻이에요.
건전지가 새는 이유: 속에서 수소가스가 생겨요
건전지는 밀봉된 통처럼 보이지만, 속에서 기체가 조금씩 생겨요. 같은 설명에 따르면 건전지가 방전되면서 내부의 화학 조성이 바뀌고 일부 수소가스가 생기는데, 이 기체가 건전지 속 압력을 높여요. 아연은 원래 반응성이 큰 금속이라 염기성 용액 속에서 물과 조금씩 반응해 수소를 내놓는 부식 반응도 일어나요. 압력이 계속 오르면 건전지 끝부분의 밀봉재나 안전 배기 구조가 벌어지고, 그 틈으로 전해질이 함께 밀려 나와요. 이렇게 흘러나온 액체가 누액이에요.
누액은 대개 건전지를 넣어 둔 채로 오래 방치했을 때 생겨요. 듀라셀 FAQ는 일부 기기가 다 쓴 건전지에서도 계속 전력을 끌어 쓰고, 이것이 누액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요. 리모컨처럼 꺼져 있어도 대기 전류가 흐르는 기기가 여기에 해당해요. 오래된 건전지와 새 건전지, 다른 브랜드나 종류의 건전지를 한 기기에 섞어 쓰는 것도 누액을 부를 수 있다고 안내해요.
섞어 쓰면 왜 새기 쉬울까요
건전지 여러 개를 직렬로 연결한 기기에서는 모든 건전지에 같은 전류가 흘러요. 그런데 한 개만 먼저 닳은 상태라면, 나머지 건전지들이 계속 전류를 밀어붙이면서 다 닳은 건전지에는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전압이 걸리게 돼요. 알칼리 건전지 설명은 일회용 건전지를 충전하는 것처럼 역방향 전류를 흘리면 누액 위험이 커진다고 해요. 새것과 헌것, 용량이 다른 제품을 섞으면 이런 상황이 생기기 쉬워요. 건전지를 바꿀 때는 기기 안의 건전지를 한꺼번에 같은 제품으로 바꾸는 게 좋은 이유예요.
하얀 가루의 정체는 탄산칼륨 결정이에요
흘러나온 수산화칼륨 용액은 그대로 머물지 않아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산칼륨으로 바뀌고, 이 탄산칼륨이 깃털처럼 퍼지는 결정 구조를 만들며 자라나요. 건전지 끝에 솜털처럼 피어오른 하얀 가루가 바로 이 결정이에요.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0.04% 남짓으로 낮지만, 누액이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공기와 맞닿아 있으면 반응이 계속 이어져 결정이 눈에 띄게 자라요. 오래 방치된 기기일수록 가루가 수북한 이유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결정이 퍼지며 주변 단자와 스프링, 회로 기판까지 번질 수 있어요. 금속 단자는 이 염기성 물질과 수분 때문에 부식되어 녹슬거나 변색되고, 심하면 전기가 통하지 않게 돼요. 새 건전지를 넣어도 기기가 켜지지 않는다면 단자 부식을 의심해 볼 수 있어요.
| 보이는 것 | 무엇인가요 | 어떻게 해야 하나요 |
|---|---|---|
| 건전지 끝의 투명하거나 끈적한 액체 | 새어 나온 수산화칼륨 용액 |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장갑을 끼고 치우기 |
| 솜털 같은 하얀 가루 | 수산화칼륨이 이산화탄소와 반응한 탄산칼륨 결정 | 약산성 용액으로 닦아 내기 |
| 초록·갈색으로 삭은 단자와 스프링 | 염기성 물질과 수분에 의한 금속 부식 | 면봉과 칫솔로 닦고, 심하면 수리 문의 |
맨손으로 만지면 안 되는 이유
수산화칼륨은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과 같은 계열의 강염기예요. 강염기는 피부의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성질이 있어서, 묻은 순간 따갑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피부를 자극하고 화학 화상을 일으킬 수 있어요. 손끝이 미끈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피부 표면의 기름 성분이 염기와 반응하기 때문이에요. 눈에 들어가면 특히 위험해요. 가루가 날리거나 손에 묻은 채 눈을 비비면 각막이 손상될 수 있어요. 알칼리 건전지 설명에서도 누액이 피부, 눈,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적고 있어요.
누액이 눈에 들어갔다면 비비지 말고 곧바로 흐르는 물로 최소 15분 이상 씻어 낸 뒤 즉시 진료를 받으세요(듀라셀 안내). 피부에 묻었다면 흐르는 물로 충분히 씻고, 붉어지거나 통증이 계속되면 진료를 받으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안전 정보이며 의학적 진단을 대신하지 않아요.
누액 청소, 이렇게 하세요
듀라셀 FAQ는 알칼리 건전지 누액을 치울 때 식초나 레몬즙을 물과 1대 1로 희석한 용액, 또는 물 1갤런에 붕산 한 큰술을 녹인 용액을 쓰라고 안내해요. 가정용 고무장갑과 보안경을 끼고, 환기가 되는 곳에서 칫솔이나 면봉으로 단자에 묻은 누액을 닦아 내라고 해요. 식초의 아세트산과 레몬즙의 구연산은 약한 산이라, 강염기인 수산화칼륨과 탄산칼륨을 중화해 물에 녹는 염으로 바꿔 줘요. 닦을 때 거품이 살짝 일 수 있는데, 탄산칼륨이 산과 만나 이산화탄소를 내놓기 때문이에요.
- 기기 전원을 끄고, 고무장갑과 안경이나 보안경을 착용해요.
- 새어 나온 건전지를 꺼내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요. 잘 안 빠지면 나무젓가락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도구를 써요.
- 식초나 레몬즙을 물과 1대 1로 섞어 면봉이나 칫솔에 살짝 묻혀 단자와 주변을 닦아요. 기판 쪽으로 액체가 흘러들지 않게 적게 묻혀요.
- 깨끗한 물을 살짝 묻힌 면봉으로 한 번 더 닦아 산을 걷어 내고, 마른 천으로 물기를 없앤 뒤 완전히 말려요.
- 단자에 녹이 남아 있으면 가는 사포나 지우개로 살살 문질러 금속 면을 드러내요.
- 작업이 끝나면 장갑을 벗고 손을 비누로 씻어요.
식초를 원액 그대로 쓰면 필요 이상으로 산이 남을 수 있으니 안내대로 물과 섞어 쓰세요. 희석 비율이 헷갈리면 아래 희석 계산기로 원액과 물의 양을 맞춰 볼 수 있어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처럼 정밀한 기기 내부로 누액이 번졌다면 직접 분해하기보다 수리점에 맡기는 편이 안전해요.
누액을 막는 보관 습관
- 다 쓴 건전지는 기기에서 바로 빼요. 방전된 건전지가 가장 새기 쉬워요.
- 몇 달 이상 쓰지 않을 기기는 건전지를 빼서 보관해요. 듀라셀도 같은 권고를 해요.
- 새것과 헌것, 브랜드와 종류가 다른 건전지를 한 기기에 섞지 않아요.
- 일회용 알칼리 건전지는 충전하지 않아요. 충전용이 필요하면 니켈수소 충전지를 써요.
- 건전지는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고, 여러 개를 금속과 함께 굴러다니게 두지 않아요. 단자끼리 닿으면 합선될 수 있어요.
- 사용 기한이 지난 건전지는 쓰지 않은 것이라도 누액 여부를 확인한 뒤 써요.
망가니즈 건전지, 충전지도 샐까요
알칼리 건전지보다 값이 싼 망가니즈 건전지, 흔히 일반 건전지라고 부르는 아연-탄소 전지도 음극은 아연이지만 전해질이 달라요. 아연-탄소 전지 설명에 따르면 염화암모늄이나 염화아연을 전해질로 써요. 이 전지는 음극인 아연이 건전지 통 역할까지 겸해서, 오래 쓰면 아연 통이 삭아 얇아지면서 전해질이 새어 나올 수 있어요. 알칼리 건전지처럼 강염기는 아니지만 역시 금속 단자를 부식시키니 방치하지 않는 게 좋아요.
충전해서 다시 쓰는 니켈수소 충전지도 니켈수소 전지 설명처럼 수산화칼륨을 전해질로 써요. 그래서 듀라셀 FAQ도 알칼리,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전지의 누액을 같은 방법으로 청소하라고 안내해요. 충전지는 과충전이나 과방전 상태로 오래 두지 않는 것이 누액과 수명 저하를 막는 기본이에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이 유기 용매라 성질이 전혀 달라서, 부풀거나 새는 리튬 배터리는 직접 만지지 말고 제조사나 수리점에 문의해야 해요.
수산화칼륨은 원래 어디에 쓰이나요
수산화칼륨 설명을 보면 이 물질은 건전지 말고도 산업 곳곳에서 쓰여요. 기름과 반응시키면 비누가 되는데, 수산화나트륨으로 만든 비누보다 무르고 물에 잘 녹아 물비누나 액체 비누를 만드는 데 쓰여요. 바이오디젤 제조의 촉매, 칼륨 비료의 원료로도 쓰이고, 식품 첨가물로 산도를 조절하는 데 쓰이기도 해요. 쓰임새가 많다고 순한 물질인 건 아니에요. 공업용 수산화칼륨은 피부와 눈에 심한 부식을 일으키는 위험물로 분류되고, 건전지 누액도 같은 물질이라는 걸 기억하면 맨손으로 만질 생각이 사라질 거예요.
새어 나온 건전지는 어떻게 버리나요
누액이 생긴 건전지도 폐건전지 수거함에 버리면 돼요. 다만 다른 건전지나 물건에 누액이 옮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 입구를 묶은 뒤 넣는 게 좋아요. 일반 쓰레기에 섞어 버리지 말고, 주민센터나 아파트 단지, 마트 등에 있는 폐건전지 수거함을 이용하세요. 누액을 닦은 휴지와 면봉도 봉지에 함께 담아 버려요.
동전 모양 건전지는 더 조심해야 해요
체중계나 자동차 스마트키, 작은 장난감에 들어가는 동전 모양의 코인 전지는 누액보다 삼킴 사고가 더 큰 문제예요. 아이가 삼킨 코인 전지가 식도에 걸리면 전지가 만드는 전류로 주변 조직이 빠르게 손상될 수 있어요. 아이가 코인 전지를 삼켰거나 삼킨 것으로 의심되면 증상이 없어 보여도 기다리지 말고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해요. 건전지 칸 뚜껑이 나사로 고정된 제품을 고르고, 남은 전지는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세요.
누액 대처와 예방, 한 번에 보기
알칼리 건전지는 아연과 이산화망가니즈 사이를 강염기인 수산화칼륨 용액이 채우고 있어요. 방전과 아연의 부식으로 생긴 수소가스가 속 압력을 높이면 밀봉부가 벌어지며 전해질이 새어 나오고, 이 수산화칼륨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만나 하얀 탄산칼륨 결정이 돼요. 누액은 피부와 눈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장갑과 보안경을 끼고, 식초나 레몬즙을 물에 1대 1로 희석해 중화하며 닦아 내세요. 눈에 들어갔다면 15분 이상 물로 씻고 곧바로 진료를 받아야 해요. 다 쓴 건전지는 바로 빼고, 오래 안 쓸 기기에서는 미리 빼 두고, 새것과 헌것을 섞지 않는 세 가지 습관만 지켜도 누액은 대부분 막을 수 있어요. 기기별로 건전지가 얼마나 가는지 궁금하다면 배터리 사용 시간 계산기로 교체 시기를 가늠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