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아크릴 액자, 피규어 진열장, 아크릴 스탠드, 투명한 폰 케이스는 새것일 때 유리처럼 맑지만 조금만 쓰다 보면 가느다란 흠집이 잔뜩 생겨요. 빛에 비춰 보면 거미줄처럼 보이는 잔 흠집 때문에 속이 뿌옇게 보이기도 하죠. 이럴 때 흔히 쓰는 방법이 흰 치약을 부드러운 천에 묻혀 문지르는 거예요. 실제로 잔 흠집은 눈에 띄게 옅어져요. 치약이 흠집을 메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예요. 흠집 주변을 아주 조금 깎아 내는 거예요. 이 원리를 알면 어디까지 치약으로 해결되는지, 왜 어떤 물건에는 절대 쓰면 안 되는지도 분명해져요.
아크릴은 유리보다 무른 플라스틱이에요
흔히 아크릴이라고 부르는 투명 판의 정식 이름은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예요. 플렉시글라스라는 상표명으로도 알려져 있죠. PMMA 설명처럼 유리보다 가볍고 잘 깨지지 않아 액자, 수족관, 진열장, 간판에 널리 쓰여요. 대신 유리보다 표면이 무르고 흠집이 잘 나요. 먼지 속 모래 알갱이 하나를 문지르기만 해도 가는 선이 생길 수 있어요. 무르다는 단점이 한편으로는 장점이 되기도 해요. 표면을 조금씩 깎아 다듬기가 쉬워서, 흠집을 연마로 없앨 수 있다는 점이에요.
치약 속에는 연마제가 들어 있어요
치약은 이를 닦을 때 치아 표면의 착색과 치태를 문질러 떼어 내도록 고운 가루를 넣어 만들어요. 치약 설명에 따르면 연마제는 보통 치약의 8~20%를 차지하고, 수산화알루미늄, 탄산칼슘, 탄산마그네슘, 탄산수소나트륨, 인산수소칼슘, 여러 종류의 실리카 등이 쓰여요. 이 입자들은 치아의 법랑질보다 무르고, 치아를 상하게 하지 않을 만큼 곱게 만들어져 있어요. 치약마다 연마 정도를 나타내는 상대 상아질 마모도(RDA)가 다르고, 치약 설명에서는 RDA 250을 넘으면 치아 표면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탄산칼슘의 주성분 광물인 방해석은 광물의 긁힘 경도를 비교하는 모스 경도에서 3이에요. 손톱보다는 단단하고 유리보다는 훨씬 무른 정도예요. 이런 입자는 유리에는 흠집을 거의 내지 못하지만, 유리보다 무른 아크릴 표면은 아주 조금씩 깎아 낼 수 있어요. 치아에는 순하고 아크릴에는 적당히 센, 그 중간 지점에 치약이 있는 셈이에요.
흠집을 메우는 게 아니라 주변을 깎아 높이를 맞춰요
흠집은 표면에 파인 좁은 골짜기예요. 치약을 묻혀 문지르면 연마 입자가 표면을 수없이 긁고 지나가는데, 이때 주로 깎이는 건 골짜기 바닥이 아니라 튀어나와 있는 부분, 즉 흠집 양옆의 평평한 면과 흠집 가장자리의 솟은 턱이에요. 주변이 조금씩 낮아지면서 골짜기의 깊이가 얕아지고, 날카롭던 가장자리가 둥글게 다듬어져요. 충분히 문지르면 주변 높이가 흠집 바닥과 거의 같아져 흠집이 사라져요. 흠집이 깊을수록 그만큼 넓은 면적을 더 많이 깎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깎아 내는 연마의 결과로 표면에는 흠집보다 훨씬 가는 연마 자국이 남아요. 치약처럼 고운 연마제로 마무리하면 이 자국이 빛의 파장과 비슷하거나 더 작아져 눈에 보이지 않고 다시 투명해 보여요. 공업적으로 아크릴 흠집을 없앨 때 거친 사포에서 시작해 점점 고운 사포로, 마지막엔 광택제로 마무리하는 것도 같은 원리예요. 앞 단계의 굵은 자국을 다음 단계의 고운 자국으로 바꿔 가는 과정이에요.
흠집이 사라져 보이는 빛의 원리
투명한 아크릴에 흠집이 하얗게 보이는 건 흠집의 날카로운 벽이 빛을 여러 방향으로 흩어 보내기 때문이에요. 매끈한 면은 빛을 일정한 방향으로 통과시키거나 반사해서 맑게 보이지만, 흠집은 빛이 제멋대로 꺾이는 작은 거울 조각 같은 역할을 해요. 연마로 흠집 가장자리가 둥글고 얕아지면 빛이 흩어지는 정도가 줄어 흠집이 옅어져요. 완전히 평평해지지 않았더라도 가장자리만 부드러워져도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덜 띄어요. 치약으로 문지른 뒤 흠집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다가도 비스듬한 빛에서는 희미하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손톱으로 깊이를 먼저 확인하세요
치약으로 해결되는 건 아주 얕은 잔 흠집뿐이에요. 흠집 위를 손톱으로 가로질러 긁어 봤을 때 손톱이 걸리지 않고 매끄럽게 지나간다면 연마로 옅어질 가능성이 커요. 손톱이 턱 걸린다면 흠집이 깊은 편이라, 치약처럼 고운 연마제로는 주변을 충분히 깎아 내기 어려워요. 이런 흠집을 치약으로 오래 문지르면 흠집은 남은 채 주변만 넓게 오목해져, 표면이 물결처럼 울퉁불퉁해 보이고 빛이 일그러질 수 있어요. 깊은 흠집은 아크릴 제조사 안내처럼 젖은 사포로 단계적으로 연마하거나 전용 제품을 쓰는 편이 맞아요.
치약으로 문지르는 방법
- 먼저 표면의 먼지를 물로 씻거나 불어서 없애요. 먼지 속 모래가 남아 있으면 문지르는 동안 새 흠집을 만들어요.
- 알갱이가 보이지 않는 흰색 일반 치약을 골라요. 젤 타입은 연마제가 적은 경우가 있고, 알갱이가 든 치약은 너무 거칠 수 있어요.
- 부드럽고 보풀 없는 면천이나 극세사 천에 치약을 콩알만큼 묻혀요.
- 흠집 부위를 작은 원을 그리며 가볍게 문지르고, 흠집보다 조금 넓은 범위까지 고르게 문질러요. 한 점만 세게 누르면 그 자리만 오목해져요.
- 1~2분 문지른 뒤 물에 적신 천으로 치약을 깨끗이 닦아 내고, 흠집이 얼마나 옅어졌는지 확인하며 반복해요.
- 마지막에는 물과 중성 세제로 씻고 부드러운 천을 살짝 적셔 물기를 눌러 닦아요.
치약마다 결과가 다른 이유
같은 흠집을 두고도 어떤 치약은 잘 듣고 어떤 치약은 별 변화가 없을 수 있어요. 치약마다 연마제의 종류와 함량, 입자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연마제가 적거나 부드러운 젤 치약은 깎아 내는 힘이 약하고, 연마 정도가 높은 제품은 더 빨리 깎는 대신 표면에 연마 자국을 남길 수도 있어요. 색 알갱이나 굵은 입자가 든 치약은 입자가 고르지 않아 오히려 새 잔 흠집을 만들 수 있어요. 처음 쓸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서리에 조금 문질러 보고 결과를 확인한 뒤 넓혀 가는 게 안전해요.
문지를 때 힘을 빼야 하는 이유: 마찰열
아크릴은 열에 약한 플라스틱이기도 해요. PMMA 설명에 따르면 유리 전이 온도가 약 105℃로, 이 근처에서 딱딱한 유리 같은 상태에서 말랑한 상태로 바뀌어요. 한 자리를 세게 빨리 문지르면 마찰열로 표면이 국소적으로 뜨거워져, 깎이는 대신 녹듯이 뭉개지며 흐릿한 자국이 남을 수 있어요. 드릴에 광택 패드를 끼워 빠르게 돌릴 때 특히 이런 일이 생기기 쉬워요. 손으로 가볍게, 넓게, 천천히 문지르는 게 원칙이에요. 아크릴 제조사가 사포 작업을 물을 묻힌 젖은 사포로 하라고 안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물이 깎인 가루를 씻어 내 사포가 막히지 않게 하고, 마찰로 생긴 열도 식혀 줘요.
사포 번호가 뜻하는 것
깊은 흠집에 쓰는 사포에는 240, 400, 600 같은 번호가 적혀 있어요. 번호가 클수록 연마 입자가 더 곱다는 뜻이에요. 거친 사포는 빨리 깎는 대신 굵은 자국을 남기고, 고운 사포는 천천히 깎는 대신 가는 자국을 남겨요. 그래서 먼저 흠집 깊이만큼 표면을 낮추는 일은 거친 사포가 하고, 그 뒤 번호를 올려 가며 앞 단계의 자국을 점점 가는 자국으로 바꾼 다음, 마지막에 광택제나 치약처럼 아주 고운 연마제로 빛이 흩어지지 않을 만큼 매끈하게 마무리해요. 연마 입자의 크기는 마이크로미터(μm) 단위로 말하는데, 길이 변환기로 μm와 mm를 바꿔 보면 입자가 얼마나 작은지 감이 와요. 사포 작업은 한 번 잘못하면 넓은 면이 뿌옇게 되니, 값비싼 물건이라면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런 물건에는 치약을 쓰지 마세요
치약 연마의 핵심은 표면을 깎아 낸다는 것이에요. 그러니 표면 위에 얇은 기능성 막이 입혀진 물건에는 쓰면 안 돼요. 흠집보다 먼저 그 막이 깎여 나가기 때문이에요. 반사 방지나 긁힘 방지 코팅이 된 액자용 아크릴, 자외선 차단 코팅 아크릴이 여기에 해당해요. 안경 렌즈는 대부분 반사 방지, 긁힘 방지 코팅이 겹겹이 입혀져 있어서 치약으로 문지르면 코팅이 벗겨져 얼룩덜룩해질 수 있어요. 스마트폰 화면은 유리 위에 지문 방지 코팅이 있고, 화면 보호 필름은 얇은 플라스틱 층이라 연마하면 오히려 뿌옇게 상해요. 자동차 헤드램프 커버처럼 코팅된 폴리카보네이트도 전용 복원 제품을 쓰는 게 좋아요.
| 물건 | 치약 연마 | 이유 |
|---|---|---|
| 코팅 없는 아크릴 액자·진열장·스탠드 | 얕은 흠집에 한해 가능 | 무른 PMMA 표면을 고르게 깎아 흠집을 옅게 함 |
| 반사 방지·UV 코팅 아크릴 | 쓰지 않음 | 기능성 코팅이 먼저 깎여 나감 |
| 안경 렌즈 | 쓰지 않음 | 반사 방지·긁힘 방지 코팅 손상 |
| 스마트폰 화면·보호 필름 | 쓰지 않음 | 지문 방지 코팅 손상, 필름이 뿌옇게 됨 |
| 유리 | 효과 거의 없음 | 유리가 치약 연마제보다 단단함 |
아크릴을 닦을 때 피해야 할 세제
흠집을 없앤 뒤에는 흠집이 덜 생기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해요. 플렉시글라스 제조사인 룀(Röhm)의 세척 안내는 마른 천으로 아크릴을 박박 문지르지 말라고 해요. 마른 채로 문지르면 표면에 정전기가 생겨 먼지를 끌어당기고, 그 먼지가 다시 흠집을 만들어요. 부드러운 천을 살짝 적시거나 플라스틱 전용 세정제를 묻혀 가볍게 닦으라고 권해요. 또 벤젠, 에탄올을 비롯한 알코올, 시너가 든 세정제, 일반 가구 광택제, 유리 세정제는 아크릴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쓰지 말라고 해요. 소독이 필요할 때는 이소프로판올로 닦아도 표면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안내해요. 같은 안내에서 흠집은 젖은 240방 사포로 시작해 400이나 600방 사포로 다듬고, 광택 페이스트나 자동차용 광택제로 마무리하라고 설명해요.
유리 세정제로 아크릴을 닦으면 당장은 깨끗해 보여도 표면이 상하거나, 힘을 받는 부분에 머리카락처럼 가는 금이 퍼지는 크레이징이 생길 수 있어요. 아크릴 제품에는 중성 세제를 푼 미지근한 물이나 플라스틱 전용 세정제를 쓰세요.
흠집을 덜 생기게 하는 습관
- 먼지는 먼저 불어 내거나 물로 흘려보낸 뒤 닦아요. 먼지째 문지르는 게 잔 흠집의 가장 큰 원인이에요.
- 휴지나 거친 행주 대신 부드러운 극세사 천을 써요. 휴지 섬유도 아크릴에는 거칠 수 있어요.
- 아크릴 판끼리 겹쳐 두거나 위에 물건을 끌며 올려놓지 않아요.
- 아크릴 스탠드나 굿즈는 처음 받았을 때 붙어 있는 보호 필름을 전시 직전까지 떼지 않아요.
치약 연마, 해도 되는 곳과 안 되는 곳
아크릴은 유리보다 무른 PMMA라서 흠집이 잘 나지만, 그만큼 표면을 조금씩 깎아 다듬기도 쉬워요. 치약 속 탄산칼슘, 실리카 같은 연마제는 치아에는 순하게 만들어졌어도 무른 아크릴 표면은 깎을 수 있어서, 흠집 주변과 가장자리를 낮추고 둥글게 다듬어 흠집을 옅게 해요. 손톱이 걸리지 않는 얕은 흠집만 치약으로 시도하고, 깊은 흠집은 사포와 광택제를 단계적으로 쓰는 게 맞아요. 반사 방지나 UV 코팅 아크릴, 안경 렌즈, 스마트폰 화면처럼 코팅이 있는 물건에는 치약을 쓰면 코팅이 먼저 벗겨져요. 평소에는 먼지를 먼저 없애고 살짝 적신 부드러운 천으로 닦으며, 알코올과 유리 세정제는 피하는 게 아크릴을 오래 맑게 쓰는 방법이에요.
